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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기억되는 맛 천 번의 조합으로 탄생하다

하노이별 윤만상 대표 | 2017년 0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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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쌀국수에 목숨을 건 남자’
기자가 만난 하노이별 윤만상 대표는 가히 ‘쌀국수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다. 쌀국수의 본고장 베트남, 세계 최대의 향신료시장 인도에서 구도자(求道者)의 자세로 맛을 연구했고, 건강한 음식을 위해 한약재까지 사용하여 ‘하노이별’만의 육수를 개발했다. 그래서일까. 하노이별 쌀국수를 먹어본 사람들은 특별한 ‘무엇’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누군가는 쌀국수로 원기를 회복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담백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한국인 입맛에 최적화되었다고 했으며, 누군가는 잔향(殘香)이 가슴에 기억된다며 극찬했다.
하노이별은 마케팅이 아닌 ‘건강한 맛’으로 전국 18개 지점에서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노이별 쌀국수의 비밀을 찾아 ‘베트남 쌀국수 마스터’ 윤만상 대표를 만나보았다.

먹는 순간만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생각나는 음식은 분명 다르다. 먹는 순간만 맛있는 음식은 주로 혀 끝에서 자극적인 음식이지만, 건강한 재료 및 비법으로 조화를 통해 만들어진 몸에 이로운 음식은 기운을 북돋아 주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생각이 난다. 직접 수년간 연구개발한 육수 제조법으로 국내 최초로 특허등록을 받은 윤만상 대표의 하노이별이 바로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나는 쌀국수’를 만들고 있다.
베트남 쌀국수는 성공적으로 국내에 정착한 대표적인 해외요리다. 베트남 쌀국수는 건강한 식재료로 만들어지는 웰빙 음식으로 1990년대에 국내에 첫 소개된 후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인기메뉴로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쌀국수의 원조는 베트남 북부에 위치한 하노이식으로, 하노이의 가난한 이들은 자신과 각별한 지인들에게 거하게 대접할 때 쌀국수를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하노이에서 쌀국수는
‘입’이 아닌 ‘가슴’으로 기억되는 요리다. 그래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고유의 육수 제조법을 개발해 하노이 현지 못지않은 가슴 깊은 맛을 전하고 있는 하노이별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에서 배운 ‘진짜 쌀국수’
‘베트남 쌀국수 마스터’로 손꼽히는 윤만상 대표는 놀랍게도 셰프가 아니라 안정적인 회사생활을 하던 평범한 직장인 출신이다. 20여년 전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베트남 쌀국수는 그에게 굉장히 매력적이면서도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쌀국수를 너무 좋아해서 큰 매력을 느끼던 찰나, 우리나라에 들어온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이 미국체인이라는 것을 알고, 베트남 쌀국수의 현지 맛이 궁금해 무작정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베트남으로 떠났습니다.”
그렇게 순수하게 베트남 쌀국수를 사랑한 윤만상 대표의 기나긴 맛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베트남으로 떠난다는 충격고백을 했을 때 이를 반기던 가족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미쳤냐는 이야기도 들었죠. 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장사를 하려하냐고 반대가 무척 심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확고했습니다. 저는 젊었을 때 지금에 안주하는 것보다는 다른 도전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왕 베트남 쌀국수 가게를 차릴 거, 베트남에 가서 쌀국수를 다 먹어보고 배워서 완벽한 쌀국수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무작정 베트남으로 떠나게 된 것입니다.”
쌀국수에 목숨을 걸기로 한 만큼 그에게 베트남행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 쌀국수에 관한 모든 것을 마스터해보자는 심산이었다. 다행히도 현지인들은 윤만상 대표에게 친절히 쌀국수에 대해 알려주었고, 그는 곧 용기를 얻어 지역마다 맛이 다른 쌀국수를 섭렵해나갔다. 베트남에서 그야말로 체험학습을 끝낸 그는 우리나라로 돌아와 ‘쌀국수의 최고’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꿈에 그리던 자신의 가게, 하노이별을 오픈하게 되었다.

황금비율을 위한 천 번의 조합
2008년, 서울 신림동 녹두거리점에 하노이별을 오픈한 윤만상 대표에게 곧바로 ‘대박집’의 타이틀이 찾아왔을까? 아니었다. 부모님의 말씀처럼 장사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험난한 여정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2008년에 가게를 오픈했지만 그 후 3년 동안은 한국인의 입맛에 최적화된 맛을 만드는 기간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창업하고 1년 뒤에 다시 인도로 떠나는 모험을 강행했습니다. 쌀국수는 향신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음식이므로, 이번엔 향신료의 메카 인도로 떠난 것이죠. 인도 델리의 세계 최대 향신료시장에 찾아가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향신료란 향신료는 모조리 사서 맛을 보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쌀국수를 만들기 위해 연구했고, 더불어 현지에서 만난 한의사의 도움을 받아 육수에 잘 어울릴만한 한약재 공부도 병행했습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가슴으로 기억되는 맛을 전하겠다는 일념 하에 즐겁게 하루하루를 투자했습니다.”
이러한 히스토리가 숨어있었기에 하노이별의 첫 3년 동안은 계속 맛이 변화했다. 최고의 맛을 찾기 위한 시행착오 기간이었던 셈. 하노이별 윤만상 대표는 한약재와 향신료 그리고 육수를 끓이는 시간을 각각 다르게 하여 무려 천 번의 조합을 거친 끝에 현재 하노이별이 자랑하는 궁극의 맛을 탄생시킨 것이다.
“제가 수집한 향신료, 한약재 등 모든 재료를 하나하나 다 끓여보며 육수의 맛을 연구했습니다. 섞었을 때 어떤 맛이 나는지, 센 맛이 나면 이를 어떻게 중화시킬지, 그러면서도 어떤 한약재의 작용을 통해 원기를 증진시킬지 3년에 걸쳐 연구를 계속 했죠. 마침내 재료와 시간과 비율을 매번 다르게 매치하여 천 번의 조합을 거쳐 지금의 맛이 탄생했습니다.”
오늘날 소비자들이 맛있게 먹는 한 그릇의 쌀국수에는 윤만상 대표의 정성이 배어있다. 천편일률적인 공장제조 육수를 공급받아 조리를 하는 여타 대형쌀국수 체인점과 다른 하노이별의 강점이다. 여타 프랜차이즈와는 다른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가슴으로 기억되는 맛’을 만들어낸 이면에는 이렇듯 윤만상 대표의 장인정신이 숨어있었다.

하노이별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하노이별은 본 궤도에 진입해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20여 가지 한약재와 향신료, 호주산 청정우, 숙성시킨 생강과 신선한 채소를 4시간 이상 끓이고 12시간 이상 냉장 숙성시켜 정성으로 우려낸 육수만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하노이별 쌀국수는 담백하면서도 진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조화를 이루는 맛이다. 조미료나 액상으로 된 농축 향신료를 사용하지 않는 ‘양심 경영’을 모토로 현재 전국 18개 지점이 성업 중이며 뒤이어 속초점 개점도 눈앞에 두고 있다.
윤 대표의 꿈은 베트남을 위한 사회공헌활동, 특히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주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향후 쌀국수 판매수익 중 일부를 기부할 계획을 수립중이다.
“하노이별을 단순히 밥만 먹고 가는 곳이 아닌 하노이별만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고 싶습니다. 하노이별이라는 브랜드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가치를 전하기 위해 제가 노력했는지 등 하노이별의 히스토리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럼으로써 고객 분들이 이곳에서 행복하게 쌀국수를 드시고 여유롭게 있을 수 있는 식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노이별 윤만상 대표는 창업하기전만 해도 외식은 몸에 해롭다는 편견을 가지고 살았다. 사실 먹는 순간만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윤 대표는 먹고 난 다음에도 기분이 좋은 음식을 만들며 자극적이고 인스턴트식품이 난무한 우리나라의 음식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 그렇게 윤 대표는 진정으로 가슴에 기억되는 맛을 쌀국수에 담아내고 있었다.
하노이별을 상징하는 한 단어는 바로 ‘가슴에 기억되는 맛’. 잔향이 오래 남는 하노이별 쌀국수처럼 윤만상 대표의 쌀국수 사랑도 여운이 되어 널리 퍼지고 있었다. 이양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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