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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바다를 품은 풍차 오색찬란하게 물든 도시

그리스 미코노스 여행 | 2017년 01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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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떠날 수 있는 용기만 가지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나에게도 사실 미코노스는 쉽게 용기 낼 수 없는 여행지 중 하나였다. 이유는 너무 비싼 도시다. 유럽에서 유명하다는 휴양지를 많이 다녀봤지만, 미코노스의 물가는 가히 살인적이다. 최고의 물가를 자랑하는 산토리니에 버금가는 이 도시 미코노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섬 중에 가장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휴양지 중 하나이니. 이 섬은 주머니를 탈탈 털 만큼 아름다운 도시임에 틀림없다.
미코노스 섬은 키클라데스 제도를 구성하는 섬 가운데 하나이며 티노스 섬, 시로스 섬, 파로스 섬, 낙소스 섬 사이에 위치한다. 기원전 11세기 초반에 이오니아인이 거주했으며 기원전 3000년경에는 신석기 시대의 유적인 카레스(Kares) 유적이 형성되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와 기간테스의 싸움이 벌어진 곳으로 전해진다. 섬의 이름은 아폴론의 손자인 미콘스(Mykons)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이오스에서 배를 타고 2시간. 우리는 미코노스로 간다. 미코노스의 항구는 구항구와 신항구로 나뉜다. 대부분의 선박들은 신항구로 들어가고, 구항구는 작은 어선들이나 관광용 요트들이 주로 이용하게 나누어져있다. 많은 여행자들이 가는 섬답게 항구는 많은 사람들로 정신없이 바쁘다.
이번 여행 전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를 읽었다. 30여 년 전 그는 이 섬에서 한 달 넘게 지냈다한다. 물론 그가 이 섬에서 본 풍경들은 여름이 지나고 난 뒤의 고즈넉함과 고요한 풍경이 주를 이루었지만, 그때에도 이곳은 북적이고 풍요로웠던 것 같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지금의 미코노스는 더 세련되어졌음에 틀림없다.
한때는 조용한 어촌마을이었을 이곳은 상점들과 카페, 멋들어진 호텔들로 넘쳐난다.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길을 따라 걷는다. 사진기를 갖다 대면 누구나 엽서에나 나올법한 아름다운 풍경들을 담아낼 수 있다.
이리저리 골목길을 누비다 쉬어가는 카페. 그리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카페다. 세상 어느 나라보다 그리스의 카페문화는 발달해있다. 아무리 작은 동네라도 카페는 있고, 언제든 쉬어갈 수 있다.
작은 골목길에 흠뻑 빠져 걷다 만난 미코노스의 상징 풍차.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소위 ‘인생 샷’을 건져간다. 풍차는 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당당히 서있다. 바다와 함께 어우러지는 풍차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오래 전,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 섬에서 그들은 제 몫을 단단히 해냈으리라. 섬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로 그들의 삶속에 함께했던 그들은 이제 바다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다. 더 이상 바닷물을 정화하지도, 곡물을 빻지도 않지만 그들은 이 섬에서 없어선 안 될 상징이 되어 바다를 향해 섰다. 이제는 하릴없어진 풍차지만, 어쩌면 예전 격렬하게 움직였을 때보다 더 사랑받는 모습으로 풍차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베네치아인들이 거친 도시답게 바다를 바라보며 오색찬란하게 물들어있는 건물들. 어쩜 이리도 바다와 잘 어우러지는지. 둑에 걸터앉아 한참을 바라보게 되는 풍경이다. 내리쬐는 강한 햇빛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덕인지 하루 종일 골목골목을 걸어도 그리 힘들지 않다. 해가 바다 저 너머로 모습을 감추는 시간이 되면 하루 종일 바다에서 휴식을 취한 여행객들이 하나 둘 이 도시의 야경을 즐기기 위해 나온다.
유럽의 휴양지의 모습은 참 비슷하게 닮아있다. 그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닮아있다. 하루를 느긋하게 시작하고 바닷가에서 하루 종일 몸을 이러 저리 태우고는 해가 넘어가면 멋지게 단장하고 저녁을 즐긴다.
분주히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내버려두는 여행. 그것이 이들이 즐기는 여행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여행. 우리의 여행과는 사뭇 다르다. 삶의 패턴이 다른 차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들의 여행이 대부분 그러하지 못해서인지 그들의 삶은 나에게 늘 부러운 모습이다.
 
글 : 김성수
사진 : 김성수
제공 : 유로자전거나라 (www.eurobike.kr) 02-723-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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