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조각에 대한 무한한 열정만으로 이어온 30년의 세월, 현재는 조형 미술계의 멘토로 불리우는 김성식 작가이지만 그가 처음 조각을 시작한 80년대에만 하더라도 조각 분야는 회화작품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성식은 이에 굴하지 않고 꾸준한 작업 활동을 통해 현재는 국내 조각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견지하고 있다.
시대에 굴복하지 않은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서…
김성식 작가가 태어난 곳은 전라북도 익산이다. 화강암 채석장이 있던 곳에서 나고 자란 김성식 작가가 사용하고 있는 화강암은 지역적인 배경 때문인지 몰라도 다른 예술가들이 사용하는 재료들과는 다르게 투박하고 한국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의 작품들을 되짚어 본다. 1999년 무렵의 작품활동 에서는 어릴 적 기억과 토템에서 기인한 한국 토속적 정서가 작품에 깊게 베어져 나온다. 초현실적인 작품이라고도 평가받는 그의 초기 작품들은 자유로운 선을 통해 한국의 서정성을 마음껏 보여준다. 이를 통해 조각에 한국적 느낌을 최초로 적용한 작가라고 볼 수 있다.
2003년 개인전에서 보여준 그의 작품들은 전작에서 한국 토속적인 느낌의 조각들을 선보였던 반면, 한껏 부드러워진 질감을 표현하며 마치 여인의 살결과도 같은 매끄러운 느낌을 담아냈다. 작품을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포근한 어머니의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혹은 잊혀져간 옛 연인의 기억을 상기시키기도 하는 매우 능동적인 작품들이다.
2011년 이후 그의 작업들은 한껏 원초적인 느낌을 담고 있다. 표면이 거칠지만 튀어 나오지 않고, 작품 형태에 지나친 과정을 피하면서, 토속신앙에 기인한 신화적인 형태들을 추구하였다. 이는 한국사회의 토테미즘의 시작인 고조선의 생명의 잉태로 상징된다. 즉 생명의 잉태만큼 원초적인 것은 없다는 불변의 법칙아래 ‘여인=어머니’라는 원초적인 느낌들을 작품 안에 담아냈다.
작가의 유일한 덕목,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 것’
특히나 한국 미술계로부터 가장 큰 호평을 받은 2012년 김성식 작가 개인전 ‘신화-연작’은 원초적 감성의 신화 즉 토템의 느낌과 생명의 잉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작품초기와, 전 단계 작업에서 보여줬던 거칠면서도 튀어 나오지 않는 느낌의 조각들로 그동안의 작업들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흘러가는 구름, 새싹, 꿈, 바람소리, 유년의 기억 등 지금까지 국내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다소 추상적인 느낌의 작품들이다. 원초적 조형 형태를 조각에 표현하고자 했던 김성식 작가의 오랜 고민이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조형예술이 불모지였던 시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대로 맞선 불굴의 작가 ‘김성식’ 그의 행보를 앞으로도 주목해 본다. 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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