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미술관 개관초대전 이준영展이 3월 11일부터 4월 10일 까지 열렸다.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이 스스로를 ‘나는 어제와 내일을 잇는 다리이다’고 정의했다면, 이준영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나와 세상을 잇는 다리’를 형상화 했다. 작가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토끼는 마냥 귀여운 존재가 아니라 슬픔, 절망, 희망, 사랑 등 감수성의 총체(總體)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나’도 만날 수 있었고 ‘우리’도 만날 수 있었다.
이준영 작가는 5살 때부터 조각가가 꿈이었다. 조부의 산소 가는 길, 신기한 모양의 목공예작품들은 어린 작가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마냥 좋았던 조각과의 행복했던 추억은 이 작가를 조각의 세계로 인도했다. 성신여대 조소과에 재학 중 우연히 만난 아기토끼는 그녀의 의식이 투영된 페르소나(persona)가 되었다. 그래서 현실에서 약하기만 한 토끼는 작가의 작품에서 누구보다 강하고 당당해졌다.
“토끼는 마치 저를 보는 것 같았어요. 처음엔 토끼에게 ‘나’를 집어넣었다가, 점점 ‘우리’가 되었습니다. 나, 주위 사람, 사회를 토끼에 담아 위로하고 또 끌어안았어요.” 현실에선 약한 토끼가 작품에선 호랑이와 친구가 되고, 약자가 강자와 함께 즐겁게 지내는 모습은, ‘너랑 나랑 우리 모두 같이 행복하게 살자’는 작가의 꿈의 투영이기도 했다.
이 작가는 조각을 통한 ‘행복한 메시지의 전령사’다. 그래서 토끼를 통한 긍정의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듬뿍 전달하고 있다. 가령 좌절토끼는 좌절 속에 낙담한 것이 아니라, 바닥을 친 사람들에게 다시 시작 할 수 있다는 희망과 도약의 메시지를 남겼다.
“바닥을 쳐야 튀어오를 수 있다”
“좌절토끼는 포기한 것이 아니라 지금 생각을 하는 중이거든요. 사람이 바닥을 쳐야 다시 튀어 오를 수 있잖아요.” 작가의 좌우명도 ‘안 되면 될 때까지’, 곧 ‘안 되도 좋은 작품이 나올 때 까지’다. 기자는 예술인에게 어울리는 않는 인생관이라고 생각했지만, 인고의 작업을 견뎌야하는 조각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가 끄떡여졌다.
이 작가는 ‘갤러리에 걸려있는 것만 예술이 아니다’고 말하고, 주위의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저는 지금도 예술이 무엇인지 정의내리기 어려워요. 다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뿐이죠. 슬픈 별, 좌절하는 토끼, 뭉클한 사랑을 눈에 보이는 조각으로 만들 수 있는 행복한 기술이죠.”
귀를 축 늘어뜨린 이 작가의 토끼는 어떤 말을 읊조리고 있을까. ‘희망의 기도문’을 외우고 있을까. 아니면 ‘사랑 고백’을 연습하고 있을까. 작품에 가까이 귀를 기울여 보자. 혹시 모르지않나. 토끼가 나에게 보내는 마법의 주문이 조용히 들여올지. 이양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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