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여의도 국회와 시청 의원회관에서 한지작가 이서하의 특별한 개인전이 열린다. 한지의 교과서 <서하 한지월드>의 저자이자, 전통 한지 복원과 계승에 앞장서는 대한민국 한지 명인(名人) 이서하의 효심 가득한 전시다. 어버이날을 맞이해 기획한 이번 전시는 효(孝)를 테마로 했으며, 전시공간에는 초상화 작품을 비롯해 그간 작업해온 한지 및 유화작품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 개인적으로는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 존경과 사랑을 선물처럼 전하고, 더불어 미술계에는 유화와 미니멀리즘의 현대적 한지작품을 선보여 대한민국 한지예술의 정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서하 작가는 “이번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뜻 깊은 전시를 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저에게 과분한 수상의 영예를 주시고, 아낌없는 성원과 지지를 보여주신 분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이번 전시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지의 아름다움이 전파되어, 한지의 세계화에 토대를 마련하길 바랍니다”라며 진심의 마음을 전했다.
부모님 삶을 담은 선물 같은 전시
“언제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주시던 부모님이 어느새 주름살이 늘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계시더라고요. 그동안 변변치 못한 자식들이 칠순, 팔순의 기념일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의 한이 되었습니다. 그간 주신 사랑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죠.”
이서하 작가에게 부모님의 존재는 언제나 희망이다. 한평생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그의 부친은 젊은 시절에는 육군 건빵사업을 했으며, 기반을 닦은 후에는 진도간척사업을 추진하여 개간한 땅을 지역민들에게 무료로 경작할 수 있도록 했다.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백조도래지 탄생에 기여한 장본인으로서, 사회적으로 존경을 한 몸에 받은 인물이다.
“저희 아버지는 물욕 없이 인생을 마음대로 조절하면서 노자, 장자사상을 즐기셨습니다. 해외여행보다 ‘진도의 들꽃을 보면서도 행복하면 된다’고 얘기하시는 분이시죠. 언제나 약자들의 편에서 힘쓰셨으며, 사회 환원을 위해 노력하셨던 멋진 분이십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등·하교를 직접 시켜주실 정도로 다정하신 분이셨고, 성인이 되어서는 언제나 바른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셨죠. 항상 나눔의 삶을 강조하신 군자 같은 분이십니다.”
이서하 작가의 모친 또한 훌륭하다. 한 평생을 봉사에 힘쓰며 자랑스런 시민상, 대통령상 등도 수상할 정도로 헌신적으로 봉사에 임했고, 지금은 본인도 연로한 몸으로 독거노인들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어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서하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매순간 먹먹한 가슴을 안고 작업했다. 그간 키워주시고 아낌없이 사랑을 주신 부모님께 마음을 활짝 열지 못하고, 불효한 것 같은 마음에서 였다. 곱게 키워주신 부모님 가슴에 못을 박고, 한지 보따리를 들고 다니면서 고생하던 그 때. 곁에서 지켜주신 어머니와 묵묵히 믿어주신 아버지가 그에겐 든든한 기둥이었다.
“모진 핍박과 공격을 받으면서도 한지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의 사랑이었습니다. 제 곁에 두 분이 계시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고 소신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제가 힘들 때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신 부모님은 제 가치관과 철학의 뿌리가 되어주셨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늘 평등한 삶을 강조하셨던 가르침을 되새기며, 저 또한 봉사하면서 나라를 위해 공헌하려고 애써왔습니다. 저의 굳건한 뿌리가 되어주신 부모님을 위해 더 늦기 전에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 이번 개인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살아계실 때 두 분의 삶을 담은 행복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건강하시고, 오래도록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한국 고유의 문화적 뿌리 지키는 ‘민간 외교관’
한지 고유의 문화적 뿌리를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서하 작가는 한지를 세계의 무대로 이끌어 가는 민간 외교관이다. 일찍이 한지의 우수성과 실용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한지 제작 기술을 보유했던 고려시대보다도 퇴보하고 있다. 이에 이서하 작가는 “한지를 단순히 종이예술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다방면의 장르에 대입하여 한지를 세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가에서 우리 전통 종이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데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깊이 있는 작품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한지 문화를 꿈꾸다
“10여 년간 활동하면서 가장 보람되는 일은 한지에 관련된 책을 집필한 것입니다. 요즘은 문학인이 아니어도 쉽게 책을 낼 수 있는 환경이지만, 저는 5년간 끝없이 연구하고, 고민한 끝에 출간을 하였습니다. 제가 집필한 <서하 한지 월드>는 초보자들도 쉽게 한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책으로, 그간 모진 공격과 핍박 속에서 외롭게 싸우며 한지를 지켜온 노력의 흔적이 담겨있습니다.”
이서하 작가는 앞으로 한지의 응용 분야별로 한 권씩 책을 펴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지 패션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집필에 앞서 제반 작업에 착수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녀는 거창한 욕심이 아닌 우리의 한지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 속에서 관심을 갖고, 그 아름다움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기를 바란다는 것이 자신의 최종 꿈임을 밝혔다. 따라서 이 작가는 앞으로 한지학교 설립에 중점을 두고 활동할 계획이다.
“한지 학교를 만드는 것은 제가 해야 할 사명과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한지 패션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 것도 한지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함이었고, 한지 공예를 꾸준히 이어온 것도 한지의 세계화를 위함이었습니다. 한지는 우리의 문화이자, 우리의 전통입니다. 저는 앞으로 세계아트페어나 국제전시회에 나가서 한지를 알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지를 통해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이고 싶습니다. 따라서 한지학교를 설립해 인재를 키우고, 나아가 나라의 위상을 높이며 훗날 많은 세계인들이 한지 학교에 관심을 갖고, 우수한 한지가 한국의 것이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랍니다.” 한지학교 설립에 열정을 바칠 것을 다짐하는 이서하 작가의 모습에서 올곧은 철학과 굳건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50대의 삶을 사는 그녀는 앞으로 70세, 80세가 될 때까지 활동을 하면서 한지 학교의 기반을 잡고, 후세들이 계승하여 한지의 발전을 이루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 세계 각국 대사 사모들과 문화인들이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와 한지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이 작가의 수강생들은 한지그림을 배우면서, 한국의 역사와 전통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그 우수성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한지 공예로 나라에 공헌하겠다는 이서하 작가의 올곧은 철학은 그의 부모를 닮은 듯 보였다. 한낱 돈을 향한 쫓음이 아닌, 나라의 전통과 미래를 위해 힘쓰고자 하는 그녀와 그녀의 부모님의 뜻이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등불이 되고 있는 듯 보인다. 이서하 작가의 한지 작품들을 보고 미국, 중국, 태국 등에서 한지작가로서 스카웃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으나, 그녀는 모두 고사했다. 한지 공예를 일본의 것이라고 알고 있는 세계인들에게 한지는 우리나라의 것임을 알리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에서 한지 예술가로서 활동하며,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전통은 고루하고 촌스러운 것이라는 편견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요즘 SNS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고궁을 방문한 후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감각적인 전통 공예 상품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선조들의 지혜가 오롯이 담긴 우리의 전통문화는 미래를 준비하며, 오늘을 사는 현대인의 든든한 자양분이 된다. 우리 전통의 향취가 담긴 한지의 멋이 한국을 넘어 세계인들에게도 뿌리 내리길 바란다. 우리의 멋, 우리의 정서, 한국인의 분위기를 담은 한지의 세계화, 한지 학교 설립을 위한 이서하 작가의 힘찬 행보를 응원한다. 정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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