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분단 종식과 한반도 냉전구조 극복, 민족공동체 실현이라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대내외 정세 등으로 얽혀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화두다. 올해로 70년째 지속된 분단국의 역사가 이를 방증해준다. 고성준 통일교육위원 제주협의회장은 북한정치를 연구해온 석학이다. 그간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남북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통일사업을 주도했으며, 청소년들의 통일의식 고취를 위한 통일교육을 펼쳐왔다. 이에 본지는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전환점을 찍은 지금, 다시금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재점검하고, 분단 70년을 맞아 평화의 섬 제주의 중요성을 다뤄보는 취지에서 제주대 고성준 교수를 찾아가 보았다.
민간차원의 남북화합 분위기 마련
고성준 교수는 2005년 1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하던 장면을 생생히 기억한다. 전략 및 외교 등 정치적인 이유는 덮어두고, 일단 4·3사건의 아픔을 딛고 동북아를 평화의 섬이자 관광의 메카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온 도민들의 노력이 비로소 보답 받은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삼무의 제주도이지만, 과거 큰 상처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외부에서 유입된 이데올로기 갈등이 촉발한 4·3사건입니다. 도민들의 의식 근간에는 서로 화합하고 공유하는 공동체적 질서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만, 이런 정략적이고 이념적인 요인들이 제주도를 갈라놓고 싸우게 만들었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사실이죠. 그러나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모호하게 된 지금은,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과거의 아픔을 도민들의 통합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이제 제주는 남북통일의 산실로 급부상하고 있다. 재야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경청해온 원희룡 도정은 평화의 섬 지정 10주년을 맞아, 보다 적극적인 대북사업에 나설 것임을 밝힌 바 있다. 현 분단 상황을 해소하고,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감귤보내기 사업이 재개된 것도 의미가 크다.
“제주도에서 약 1,000여명이 북한에 다녀왔어요. 한라에서 백두를 잇는 교차관광으로 통일 비전을 성사시키기 위한 교류작업이었죠. 이후, 여러 사건들로 사업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를 재개할 것을 촉구합니다. 또 백두산의 생태환경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가치가 충분합니다. 제주가 유네스코 3관왕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제공함으로써 백두산의 생태계를 함께 보존하고 이를 세계적으로 알려나가는 과정에서 민간 교류를 확대하는 것을 또 다른 방법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그는 제주와 북한을 오가는 크루즈 사업에도 큰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며, 에너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에 제주도의 청정에너지 기술을 전수하는 사업 등에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통일 기피증 가진 청소년들 위한 통일교육에도 힘써
고성준 교수는 올 한해 바쁘게 달려왔다. 남북화합의 길을 열기위해 다양한 통일사업을 연구해온 한편, 통일교육위원 제주협의회를 주축으로 통일의 주역인 청소년 및 젊은 세대들이 통일 기피증을 벗고, 적극적인 ‘통일준비꾼’이 될 수 있도록 통일교육에 집중해왔다. 특히 지난 10월에 열린 초·중·고등학생 대상 ‘제주 청소년 통일하모니 한마당’ 개최가 큰 의미를 가진다. 그는 “통일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통일 미래를 꿈꾸게 하고 통일대박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이 우리 정부가 올곧게 추진해 나가고 있는 통일준비의 한 방법이고, 나아가 국정 지표의 하나인 평화통일 기반구축의 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통일교육에 대한 소신을 밝혔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청소년과 도민들에게 평화통일 의식을 고취시켰다”고 평가했다.
인터뷰 말미, 고성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북한의 개방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이어 일회성, 구호성이 아닌 중장기적 투자의 필요성을 설파하며, 백두산이 있는 양강도와 제주의 개발협력을 통해 하나 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적 제약사항들로 인해 경제성장과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통일을 미루면 대한민국의 파국적 미래만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남북 모두 자신의 요구만을 주장하기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통일을 향해 나아가야할 때라고 보인다. 통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정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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