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독일로 떠나는 여행을 상상해보자. 독일 여행을 시작한다면 그 지방색에 강하게 매혹되어 각 도시의 문화와 음식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뮌헨은 이러한 매력을 완전하게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도시이다. 또한 누구보다 자신의 도시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그것이 그들의 삶과 문화에 고스란히 새겨진 곳이기도 하다.
빛바랜 통가죽 반바지를 입고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쓴, 오전 11시만 넘어도 1리터의 맥주잔을 거리낌 없이 들고 시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 아마 여행자들이 마주하게 될 뮌헨의 첫인상일 것이다. 그러나 잠시 고개를 돌려 거리를 내다보면 여행자의 눈길을 끄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M이란 번호판이 달린 수많은 BMW 자동차이다.(여기서 M은 뮌헨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독일의 고급 승용차란 사실에 주목하여 흥미를 느끼겠지만 정작 뮌헨 사람들에게 BMW는 단순히 좋은 자동차라는 사실을 넘어 자부심 그 자체이다.
뮌헨에서 처음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로 시작했던 BMW는 심각한 경영위기로 오스트리아 태생의 프란츠 요제프 포프(Franz Josef Popp)에게 1916년 경영권이 넘어갔고, 다음 해에 바이에른 모터 공작소(Bayerische Motoren Werke)란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당시 그들이 생산했던 제품은 항공기 엔진 ‘BMW Ⅳ’이었고 뛰어난 연비와 안전성으로 1차 세계대전 동안 주력 전투기를 생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패전 후 더 이상 군용 항공기 엔진을 생산할 수 없게 되자 그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1923년 모터사이클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 후 멈추지 않고 1928년 자동차 생산을 위한 공장을 인수하게 되지만 BMW는 당시 차를 생산해 본 적도 차를 팔아본 적도 없는 기업이었다. 결국 다음 해 세계 대공황이 터지게 되면서 그들은 큰 위기에 직면하고야 말았다. 이에 이어진 그들의 선택은 영국의 자동차 회사 오스틴의 Austin Seven(오스틴 7)의 라이센스를 받아 Dixi(딕시)를 생산하는 것이었다.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Dixi(딕시)의 출현은 부유층을 위한 고급 자동차 시장에 국한되어 있던 국내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다시 주요 군비 생산 업체로 역할을 했던 BMW는 패전 후 3년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며 주춤하기도 했다. 이때 고급 승용차를 만들기로 하며 1956년 내놓은 모델이 ‘BMW 507’이다. 당시 BMW 507은 다임러-벤츠사의 스포츠카에 대항하여 야심차게 내놓은 자동차로서, 이제까지 알려진 차 중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카 중 하나로 알랭 드롱과 엘비스 프레슬리가 구입하며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 직후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시절, 고급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는 것이 당연했다. BMW 507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팔리지 않아 200 여대만 생산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BMW는 재정난으로 위기에 처한다.
이러한 위기로 BMW는 라이벌이었던 다임러-벤츠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될 뻔도 했지만, 다시 재정비하여 Isetta(이세타)를 내놓으며 소형차 사업에 뛰어든다. 이세타는 이탈리아의 자동차 회사 이소에게 제조권을 구입하여, BMW 모터사이클 엔진을 부착하여 자체 생산한 자동차로 디즈니 만화 카(Car)에서 타이어를 갈아주던 조수, 귀도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문이 옆이 아닌 앞에 달린 독특한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으로 이세타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위기에 빠진 BMW는 다시 한 번 일어서게 된다. 계속된 재정난을 극복하고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BMW는 고급 스포츠 세단을 생산해내는 업체로 브랜드를 점차 각인시켰고, 점차 높아지는 인기에 세계 곳곳에 사업을 확장해가며 세계인의 인정을 받는 지금의 BMW를 만들었다.
그들의 성공 요인을 꼽자면, 계속된 위기에도 자동차 산업을 포기하지 않았던 끈기와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라 볼 수 있다. 재정악화로 인해 회사 문을 닫아야 함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기술 개발을 이어나갔던 그들의 모습은 독일을 상징하는 마이스터(Meister, 장인)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자동차에 따라 조금씩 형태가 변형되기는 했으나, 전통을 지키고 혁신을 꿈꾸며 진정한 ‘장인’이 되려 하는 BMW의 소신은 그들의 지금을 있게 한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또한 이 기업이 백 년의 역사를 지나오며 부딪쳤던 위기의 순간에서 이러한 마이스터 정신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뮌헨 시민들의 BMW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M자 번호판이 달린 BMW 자동차는 단순히 연고지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존심이자 상징이며 그들의 자부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독일 자전거나라에서 7월부터 시작한 뮌헨 마이스터 투어는 바로 전통 속에서 끊임없이 혁신을 일으킨 ‘마이스터 정신’에 초점을 맞춘다. 뮌헨 시민들의 생활상이 담긴 재래시장부터 기술의 집약체인 BMW 박물관까지 둘러보며 역사와 문화, 기술을 관통하는 뮌헨 투어는 마이스터의 나라라고 불리는 독일 그 자체를 경험하는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뮌헨 그리고 BMW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볼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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