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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화법과 능청맞은 솔직함 그리고 적재적소의 타이밍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 2015년 10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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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소식을 처음 접한 건 올해 초였던 걸로 기억한다. ‘가을 개봉 예정’이라는 문구는 추운 겨울을 지나 두 번의 계절을 견디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또 다시 가을, 홍상수 감독의 17번째 장편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가 개봉하였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모든 홍상수 마니아를 충족시킬만한 작품이다. 즉 홍상수 감독을 대표할 수 있는 두 가지 키워드인 구조적 측면과 우연히 만난 두 남녀의 감정교환이 정재영과 김민희라는 배우를 만나 반짝반짝 빛나 현실적으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이야기를 영화 속에서는 납득이 되며 심지어 아름다운 이야기로 보이게끔 만들었다. 홍상수 감독 연출의 힘이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홍상수식 러브스토리의 결정판이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러브스토리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 영화의 두 주인공 함춘수(정재영)와 윤희정(김민희)은 수원에서 우연히 만난다. 함춘수는 윤희정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윤희정 또한 함춘수의 구애가 썩 싫지 않다. 그렇게 둘은 술자리까지 갖는다. 하지만 영화 속 두 개의 중편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와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의 결말은 엄청난 차이를 지니게 된다. 제목에서 유추가 가능한 것처럼 첫 번째 중편은 이분법으로 말하자면 세드엔딩, 두 번째 중편은 해피엔딩이다.
두 개의 중편은 골격은 비슷하나 홍상수 특유의 변주로 완전히 다른 두 가지의 이야기를 빚어낸다. 그리고 이 두 개의 중편의 운명을 좌우한 세 가지의 키워드는 구체적인 화법과 능청스러운 솔직함 그리고 타이밍이다. 첫 번째 중편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와 두 번째 중편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의 기본적인 두 남녀의 감정상태는 동일하다.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 하지만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유부남)을 숨긴 점 그리고 칭찬일색의 화법과 윤희정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장단맞추기에 연연한 대화는 결국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린' 상황을 만들고 관계는 파국에 다다르게 된다.
이에 반해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라는 두 번째 중편은 첫 번째 중편과 기본적인 골격은 동일하나 함춘수가 윤희정을 대하는 미세하게 다른 태도와 화법으로 인하여 판이하게 다른 결과를 갖게 된다. 함춘수는 윤희정의 작품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로 평을 하고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유부남)을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미리 밝힌다. 그리고 윤희정의 대답에 늘 '왜'라는 물음을 지닌채 구체적인 대화를 진행한다. 구체적인 화법과 능청스러운 솔직함 그리고 이를 밝히는 적재적소의 타이밍이 윤희정으로 하여금 둘의 관계가 부적절한 사이임에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함춘수를 바라보게하고 자신의 감정(함춘수에 대한 호감)을 숨기지 않게 만든다.
우리는 어떠한 큰 결정적인 선택 혹은 판단으로 인해 결말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의 신작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서 조명한 두 가지의 유사하지만 180도 다른 결말로 인해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결말은 빅사이즈의 선택이 초래하는 것이 아닌 스몰사이즈의 사소한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약점은 타인에게 숨기려고 하고 상대방을 속이는 태도로 뜬구름잡듯 상황을 넘어가려 할 때가 있다. 그러한 패턴은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린' 상황을 초래한다. 근시안적인 생각은 그만.  결국 진실을 고발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다소 능청스럽고 노골적이라도 우리는 두 번째 중편의 함춘수가 될 필요가 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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