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의 자아분열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어떤 햄릿보다 햄릿이 주인공인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가 오는 10월 8일부터 10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우리와 소통을 한다. 이 공연의 4명의 등장인물은 모두 햄릿으로, 햄릿의 복잡한 머리 속 생각들이 4명의 각기 다른 성격으로 분해 선택의 순간에 놓이게 되면 햄릿의 자아들이 대화하고 충돌하여 내면의 갈등을 극대화시켜 보여준다.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는 등장인물 4명 만으로도 셰익스피어의 이야기가 가지는 힘과 판소리의 신비한 매력이 더해져 무대를 압도하고, 한국적이면서도 현재와 소통하는 공연으로 젊은 층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관객들에게 큰 공감과 박수 갈채를 받았던 <이별가><헌화가><결투가>에 장면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기 위해 햄릿이 영국으로 쫓겨가며 벌어졌던 사건을 담은 <해적가>를 추가해 총 13곡의 소리로 한층 탄탄해진 공연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서양의 고전과 우리의 전통의 만남이다. 이번 공연은 딱딱한 고어에 어려운 문체로 대중이 즐기기보다는 학습을 위한 필요로 여겨지던 요소들을 우리시대의 감성과 언어로 바꾸어 이야기가 갖는 무게는 살리되, 결코 무거운 공연이 아닌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햄릿을 목표로 하여 햄릿과 판소리를 처음 접하더라도 그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햄릿의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우유부단한 햄릿의 고민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원작 <햄릿>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시작한 복수극이지만, 결국은 햄릿의 고민으로 시작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고민하다 막을 내리고 만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도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이 서로 부딪히고 선택에 대한 명분이 필요하여 ‘왜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한 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고민 속에서 오히려 선택하지 못하고 방황만 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모두 또 다른 ‘햄릿’이 되고야 만다.
나이 서른에 부친상을 당한 햄릿은 아버지의 유령을 만난다. 암살을 당했다며 복수를 당부하고 홀연히 사라지는 아버지의 유령. 망연자실하던 햄릿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을 통해 그때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삶의 무게를 깨닫고 그 속에 철저히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상황은 햄릿이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고 우연한 살인과 이어지는 애인의 자살 등으로 더욱 혼란에 빠진다. 햄릿은 결국 조절할 수 없는 운명과 맞대결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렇듯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는 갈등하는 햄릿의 머리 속 고민을 무대 위로 적극적으로 가져온다.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는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을 다뤄 시대가 바뀌어도 당대의 흐름과 맞닿아 있어 지금도 전 세계에서 그의 작품이 활발히 무대화 되고 있다.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또한 4명의 햄릿이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하여 지금의 청춘들과 깊이 고민하고 대화하여 서로를 이해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교감을 나눈 뒤에 햄릿은 우리의 둘도 없는 친구로 오래도록 곁에 남아있을 것이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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