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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함’의 등불 진실의 눈을 뜨다

커버스토리 고성만 작가 | 2015년 07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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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완전성과 제한을 초월(超越)하여 진실과 본질을 탐구하는 구도자, 고성만 작가는 니체가 갈구한 초인(超人)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그는 지난 20여년 간 미국에서 겪었던 재외 한국인으로써의 삶과, 문화적 차이, 이민자의 정체성, 예술적 변화들을 작품에 담아냈다. 지난 4월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된 ‘Melting Pot’전에서는 분단조국의 통일과 직결되는 작품들을 선보여 또 한번 화제가 되었다. 잭슨폴록, 마크 로스코 등이 수학한 뉴욕 미술학생연맹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아트 디렉터와 작가로 활동한 고성만 작가를 만나보았다. ‘자유함’은 고성만 작가의 창작의 이유.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자유함의 등불’로 잡아 보았다. 

“비우고 한발 물러서야 본질이 보입니다. 비워내지 않으면 결코 본질이 보이지 않습니다. 진실을 보기위해 거리를 둔 채 색(色)을 과감히 던져야겠다는 생각 끝에, 나 자신까지 온전하게 던짐으로써 새로운 세계가 완성되었습니다.”
우문현답(愚問賢答). 고성만 작가와의 인터뷰는 그의 작품 ‘big0(빅제로)’의 내재된 의미를 묻는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본질에 대한 그만의 접근법은 ‘비움’과 ‘내던짐’. 시각을 전제로 한 모사(模寫)가 아닌 예술가 자신을 내던짐으로써 작품은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는 지난 20여 년 간 미국에서 겪었던 재외 한국인으로써의 삶과, 문화적 차이, 이민자의 정체성, 예술적 변화들을 작품에 담아냈다. 최근 개최된 ‘Melting Pot’전에서는 분단조국의 통일과 직결되는 작품들을 선보여 화제가 되었다. 고성만 작가를 통해 겹겹이 쌓인 색들은 불안 에너지로 표출되고 있는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를 의미한다. 작품 ‘통일대박’에서는 국민 모두에게 왕관을 씌워줌으로써 주인의식의 고취를 강조하고, 작품 ‘북두칠성’에서는 한글 문양과 일곱 개 별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통일을 염원했다. 특히 작품 ‘38도선-갱글리뉴로파디’에서는 반도의 단절된 아픔과 안타까운 현실을 상징하는 38선을 먹으로 그림으로써 주제 의식을 드러냈다.
작가는 ‘통일대박’에 대한 냉대와 희화화()의 상황을 다치고 아파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병 ‘갱글리뉴로파디(Ganglineuropathy)’에 빗대어 설명했다. 38선으로 분단된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다 보니 분단국가라는 갈등상태 속에서도 아픔과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갱글리뉴로파디에 비유한 것이다. “파주의 군사분계선에서 더 이상 갈수 없다는 ‘STOP’ 사인을 받았을 때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말 그대로 비수로 가슴을 내리긋는 기분이었죠. 통일에 대한 합의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들을 광복 70주년인 올해 열어야겠다는 생각으로 ‘Melting Pot’를 치열하게 준비했습니다.” 
고 작가는 개인전 ‘100 US$ Fantasia(백 딸라 환상곡)’, ‘Dumping(던지기)’, ‘Melting Pot(인종의 용광로)’ 등을 통해 미학적 형식에 머물기 보다는 사회와 문화를 통찰력 있게 바라보고 자신만의 의식으로 표출하는 전시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아픔을 넘어 ‘생성과 극복’으로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가 대표작 ‘차이와 반복’을 출간했다면 고 작가는 여기에 전쟁의 아픔과 치유를 담아 ‘생성과 극복’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모습을 직시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시간을 작품을 통해 표현했다. 근대사의 진실을 보기위해 틀을 바꿔서 사고하고, 왜 힘에 의해 우리가 컨트롤 되어져야 하는지, 육자회담(六者會談) 등 강대국들의 논리에 의한 외교는 어떤 상황을 초래하는지에 대해서도 눈을 떠야 한다고 역설했다. 
“절대자가 인간을 세속에 내보냈을 때 분명 인간 본연의 ‘자유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자유’는 주어진 것이고 ‘자유함’은 회복하는 것입니다. ‘자유함’을 찾고 다른 이에게 전하고 나눌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민주사회이며, 우리나라도 그 방향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그의 작품에도 인간의 본연적 자유함이 투영되고 있다. 인사이트(Insight)를 위한 치열한 몸부림, 자유함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산물이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다’라고 했듯 ‘자유함’을 얻는 것은 나의 능동적인 태도로만 얻어질 수 있지 절대 저절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유는 절대자가 나에게 ‘자유함’을 주더라도 정신이 깨어있지 않으면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고 작가는 예술을 하는 첫 번째 이유로 이데올로기와 카테고리를 떠나 현대미술이라는 도구를 활용, 인간의 본연적 ‘자유함’을 깨닫게 하기 위한 사명 때문이라고 했다. 귀하고 천함, 무식과 유식의 차이가 아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태어나는 ‘자유함’의 등불이 되기 위해서다.  

‘예술 한류의 시대’ 열린다
고성만 작가는 한국 예술의 미래를 낙관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는 4~50년으로 외국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동양의 오묘한 감각을 살려낸다면 ‘예술 한류’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선(禪)과 도(道)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않아도 어느 것이 선이고 도인지 알고 있지 않나요? 선과 도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고 감수성까지 예민한 우리 민족에게 제대로 된 뒷받침이 있다면, 동양과 서양을 넘어서는 궁극의 감성이 한국적인 것으로 표현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고 작가는 청년시절부터 민주화라는 사회변혁과 20여 년에 걸친 미국 유학과 이민생활을 통해 늘 인간의 존재 문제에 직면해 왔다. 1978년도에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책을 발간하며, 유럽의 ‘다리파(브뤼케파, Die Brucke)’처럼 예술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더 어려운 환경, 심지어 감옥에 가야할 상황에서도 정신만은 시퍼렇게 살아있던 시대도 있었던 반면, 지금은 왜 그렇지 못할까에 대한 의문에 대해 지식인들의 ‘인지(認知)적 고의’를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동시대성(同時代性)은 우리민족의 통일문제, 현실적인 준비 및 지원, 사상과 이데올로기를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현재의 활동을 의미합니다. 저는 작가로서 동시대성을 보여줄 수 있는 창작 활동을 현대미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표현하고자 합니다.”

젊은이여, 세상의 다리가 되자! 
고성만 작가는 지금의 젊은이들이 카뮈(Albert Camus)의 ‘이방인’에서 뫼르소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자유라는 이름의 감옥 속에 들어가 있는 존재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는 자유롭지만 직관의 눈으로 보면, 갇혀 있는 거죠. 우리는 모두 뫼르소처럼 태어날 때부터 이방인의 운명을 가진 겁니다. 다만 후천적으로 깨어나는 인간이 있는 반면, 평생 묻혀가는 인간도 있을 뿐이죠. 관조하면서 높이서 보는 사람, 순응과 역행의 경계에 굳건히 서서 국가와 민족에 관한 문제에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세상의 다리가 될 수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자가 만난 고성만 작가는 인간의 불완전성과 제한을 초월(超越)하여 진실과 본질을 탐구하는 구도자, 니체가 갈구한 초인(超人)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I'm from cosmos.” 이민생활 중 출신국을 묻는 현지인의 질문에 대한 고 작가의 대답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정말 질서와 균형의 우주 속에서 세상을 위해 툭 던져진 선지자(先知者)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양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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