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이 왔다. 잃어버린 조국, 폴란드에 대한 애정을 담아 주옥같은 음악을 남긴 국보급 음악가 프레데리크 쇼팽, 그의 영혼이 고스란히 담긴 친필 악보가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바르샤바국립박물관, KBS한국방송, 아담미츠키에비치문화원과 함께 6월 5일부터 기획특별전 <폴란드, 천년의 예술>展을 개최한다. 세계적인 음악가 쇼팽의 악보도 그리하여 우리나라를 찾게 되었다. 1830년 쇼팽이 직접 쓴 친필악보 <마주르카 마단조 op.6 No.3>가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되는데 마주르카는 쇼팽이 폴란드 전통 무곡을 차용해 작곡한 피아노 연주곡으로 폴로네즈와 더불어 잃어버린 조국, 폴란드를 향한 그의 마음이 담긴 곡으로 유명하다. 박물관 측은 “쇼팽을 사랑하는 많은 한국 관객들을 위해 특별히 바르샤바 프레데릭쇼팽박물관과 긴밀히 협력한 끝에 폴란드의 보물로 칭송 받는 친필악보 대여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쇼팽이 활동하던 당시 악기인 플레옐 피아노로 연주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장을 꾸며 관객의 눈과 귀를 포함한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코페르니쿠스도 왔다. 폴란드를 대표하는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이다. 이번 전시가 학생들의 방학기간에 열리는 만큼 코페르니쿠스에 관한 다양한 자료는 많은 어린이와 학생 관람객에게 매우 유익한 견문을 제공해 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가 공부했던 크라쿠프 야기엘로니안 대학박물관의 협력으로 지동설을 주장한 그의 자필원고, 당시 그가 천문관측에 사용했던 도구 등 코페르니쿠스의 핵심사상과 지동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 다채로운 자료들이 우리나라를 찾았기 때문이다. 전시된 자료들은 지금까지 그저 교과서 속으로만 보던 16세기 전체 관측기구의 형태와 쓰임을 이해하고 보다 높은 수준의 중세 과학 기술을 직접 체험하는 놀라운 경험을 전해줄 것이다.
폴란드의 천년의 예술이 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앞서 말한 쇼팽과 코페르니쿠스는 물론 친숙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콘텐츠는 기존에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천년에 이르는 폴란드의 역사와 예술은 제대로 소개되고 조명할 기회 조차 없었다. 이번 전시는 중세부터 20세기까지 폴란드 예술을 개괄하는 국내 최초의 전시이며 폴란드 전역의 19개 기관에서 출품한 250여점의 작품이 총망라되어 폴란드 독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전시로써 폴란드 예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전망이다. 250여점의 작품 중에서도 주목할만한 작품은 폴란드에서 가장 존경받는 국민화가인 얀 마테이코의 대형 역사화들이다. 특히 바르샤바 왕궁 소장의 폭 6미터, 높이 4미터의 <프스코프의 스테판 바토리>는 압도적인 스케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아울러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중세 제단화와 조각상들은 국내 관객들에게 중세미술의 황홀한 세계로 인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15세기 교회 건축이 중심이었던 제단을 장식한 조각과 제단화, 풍부한 색채와 유려한 곡선이 아름다운 성모상은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외에도 16-18세기 폴란드 귀족 특유의 정신문화인 ‘사르마티즘’이 반영된 복식과 무기, 공예품이 소개되는 기회로써 국내 관객들은 그동안 조명 받지 못했던 폴란드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폴란드를 배운다. 이번 전시는 폴란드 예술과 문화를 주제로 한 다채로운 연계 행사가 진행된다. 연계 강연 프로그램으로 오는 6월 27일에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 이지원 박사의 폴란드 포스터 예술에 대한 강연이 준비되어 있고 7월 4일에는 폴란드 우츠국립영화학교를 졸업한 송일곤 감독과 CBS 신지혜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폴란드 영화를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쇼팽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뜻 깊은 연주회가 무료로 개최된다. 폴란드 아담미츠키에비치 문화원 협력으로 마련된 이 연주회는 폴란드 피아니스트 마치에이 그줴보프스키를 비롯해 실력 있는 국내 피아니스트들이 참여해 <문화가 있는 날, 쇼팽의 밤>과 이번 기획특별전을 아름다운 선율로 물들일 것이다. 이처럼 폴란드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폴란드, 천년의 예술>展은 8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쇼팽이 왔고 코페르니쿠스가 왔고 폴란드의 죽지 않는 영혼이 왔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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