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이 돌아온다. 한국 현대연극의 수작 <문제적 인간 연산>이 명동예술극장에서 오는 7월 1일부터 7월 26일까지 진행되어 그 화려한 날개짓을 펼친다. 자타공인 조선왕조에서 가장 흥미로운 왕, 연산군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거장 이윤택 연출의 <문제적 인간 연산>은 초연 이후 20년이라는 세월을 초월하여 현대적 감각으로 태어났다. 1995년 초연 이후 20년, 2004년 재공연 이후 12년 만에 공연되는 이 작품은 초연 당시 유인촌, 이혜영이 각각 연산과 녹수로 열연해 각종 연극상을 휩쓸며 한국 연극계에 신기류를 불러모았고, 당시 이윤택 연출은 작품의 의미에 대해 “혼탁한 정치현실을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역사의 교훈이 현대 정치사에 던지는 의미를 곱씹어 보게 하는 계기”라 밝혔다.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은 비명 횡사한 생모를 그리는 연산군의 인간적 면모에 새로운 해석을 가함으로써 역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폭군의 대명사’로 익히 알려진 연산은 작품 속에서 조선의 왕이기 이전에 어미를 잃은 아들이다. 연산은 스스로 왕권을 세운 후 어머니의 제의를 시작하고 녹수는 폐비 윤씨의 혼을 입는다. 폐비의 혼을 받은 녹수는 자신과 연산에게 해를 가하려 했던 인물들을 차례로 살해하며 궁궐에 피바람이 몰아친다. 연극은 연산군의 고통과 좌절을 집중 조명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신하들, 선왕의 그늘에 가려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던 자신의 내적갈등 등 인간적인 고뇌를 그린다. 그리고 이 연극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녹수이다. 삶에 대한 욕망과 고독 그리고 연인으로서 치명적 매력으로 연산을 꼼짝없이 사로잡는 녹수는 연산의 여자임과 동시에 엄마와도 같은 여인으로 연산을 달래주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이 둘은 후에 피비린내 나는 파탄을 향해 질주하는데 이 비극적인 드라마 속에 담긴 인간적인 진실을 포착하는 것이 <문제적 인간 연산>을 감상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올 해 다시 태어나는 <문제적 인간 연산>의 히로인은 <판소리 브레히트>, <사천가>, <억척가>로 잘 알려진 소리꾼 출신 이자람이다. 주목할 점은 그녀가 연산의 연인 녹수와 어머니 폐비 윤씨를 모두 연기한다는 것이다. 즉, 1인 2역을 소화하는데 이는 녹수에 대한 연산의 이중적인 감정을 상징하는 단적인 대목이라고. 연산 역할은 2014년 <혜경궁 홍씨>에서 광기 어린 사도세자를 열연해 호평 받은 바 있는 배우 백석광이 맡았다. 무용수 출신의 독특한 이력은 격정적인 안무로 승화되어 연산의 광기와 분노, 임금의 위엄과 결핍을 동시에 표현하는데 키포인트가 되었다. <문제적 인간 연산>은 한국 연극의 거장 이윤택 연출의 탁월한 리드 속에 진행된다. 이 작품은 이윤택의 역사극 시리즈가 시작된 첫 작품으로 주인공들은 역사라는 객관적 굴레를 벗어 던져 벌거벗은 인간의 모습으로 생생하게 구체화된다. 그는 역사적 인물은 영웅도 악인도 선인도 아닌 작가 자신을 투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문제적 인간 연산>이다.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릴 이번 연극은 전통연희와 가무가 녹아 있는 총체극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현대극 보다 현대적인 미학으로 가득차 있다. 가장 전통적인 소재와 이야기를 이윤택 연출의 손을 거쳐 오늘날의 감각으로 탄생할 이번 작품에 흥미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산의 혁명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문제적 인간 연산은 막을 올리고 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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