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은 좀비의 기준을 새로 정립하는 동시에 전 세계에 독창적인 한국 좀비 장르의 탄생을 알렸다. 오직 앞을 향해 달리는 기차라는 공간과 초고속의 스피드라는 이중의 장치는 부산행 KTX에 탑승한 아빠와 딸, 부부, 자매, 친구, 이기적인 관료 등 한국 사회의 축소판 같은 인물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밀어붙이며 서스펜스와 인간애, 공감의 요소들로 천만 흥행을 돌파했다. 뒤이은 <반도>는 좀비 장르 본연의 코드인 아포칼립스를 <부산행> 이후 4년, 좀비로 인해 폐허가 된 한국 상황에 녹여 넣었다. 그리고, 두 편의 영화는 다양한 K- 좀비 컨텐츠에 영감을 주며, 연상호 감독을 명실상부한 좀비 마스터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6년 만에 좀비 장르 자체를 리부트하는 <군체>로 극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그의 귀환이 관객들의 뜨거운 기대를 얻고 있는 이유다.
좀비를 통해 시대의 불안과 결핍을 들여다보는 장르를 한국화했던 연상호 감독은 <군체>를 통해서는 좀비 그 자체의 새로운 개념에 보다 더 집중했다. <부산행>과 <반도> 속 인물들이 좀비 바이러스의 발원지를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던져졌다면, <군체>의 감염 사태는 인류를 다음 단계로 도약시키려는 생물학자, 서영철의 비틀린 신념으로 인해 시작된다. <군체>의 감염자들은 물어뜯는 본능만 남은 좀비가 아니다. 네발로 기다가 어느 순간 직립해 두 발로 걸으며, 사람을 알아보고 공격한다. 단체로 움직이며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좀비의 진화, 그로부터 걷잡을 수 없이 이어지는 감염의 연쇄는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정보 교류에 익숙한 사회상을 떠올리게 한다.
기존의 심플한 장르 문법과 달리, <군체>의 생존자들은 진화하는 감염자들의 행동과 공격의 패턴을 예상할 수 없다. 그들은, 단계별로 난도가 올라가는 게임처럼, 진화하는 감염자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포와 위험에 맞서 극강의 서스펜스 속에 나아간다. 5월 21일 개봉. 김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