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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 2025년 03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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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이 2025년 관객을 만날 12개의 작품을 발표한다. 지난해 4월 취임한 박정희 단장 겸 예술감독이 처음 이끄는 라인업으로, 지난 1년간 작품 발굴과 기획 과정을 거친 12개의 공연이 청청한 모습으로 관객과 마주할 출발선에 섰다.

국립극단은 라인업 공개와 함께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개년의 작품 구성을 대표하는 표제도 함께 발표한다. 표제 “현존과 좌표”는 연극은 인간 삶에 대한 서사이자 존재의 재현이라는 화두로 인간으로서의 연극과, 또 연극으로서의 인간이라는 상호 관계성을 좌표계에 빗대어 명명됐다. 특히 2025년은 인간의 존재 양식에 집중해 실존과 욕망, 자유의지, 잠재된 힘 등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국립극단은 ‘한국적 고전’을 탄생시키고 그 명맥을 잇고자 우수한 한국 희곡에 현대적 숨결을 더한 작품 2편을 선보인다. 인간의 존재 양식을 구성하는데 국가 정체성을 중요한 한 축으로 보고 한국적 자아를 가진 우리네 삶을 반추하기 위해서다. 

국립극단 2025년 제작공연의 첫 문을 여는 작품은 한국적 사실주의 연극의 정수로 불리우는 <만선>이다. <만선>은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공모 당선작으로 같은 해 초연되어 천승세 작가에게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현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의 영예를 안겼다. 

극작 이후 60여 년, <만선>은 한국 연극의 정체성이 됐다. 착취와 빈부 격차라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담아내며 작품은 시대를 건너왔다. <만선> 속 곰치네를 덮친 파도와 풍랑은 2025년에도 여전히 매섭다. 2020년 처음 국립극단 무대에 선 <만선>은 윤미현 윤색과 심재찬 연출의 손을 거치면서 현대의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현재성을 부여받았다.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경제적 착취 구조와 상대적 박탈감,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아들 세대와 전통을 고수하는 아버지 세대의 갈등 등이 관객들의 공감을 부르고 무대에 동시대적 담론을 더한다. 여성 캐릭터들의 성격과 강단을 원작보다 강경하게 설정하여 가부장적인 남성 캐릭터들과 균형을 맞추고 조신하고 고분고분한 한국적 여성의 유형화를 전복하기도 했다.

<만선>에 이어 한국 희곡이 탄생한 근현대사의 휘모는 태동력을 <심상기행>(가제)이 무대에 담는다. <심상기행>(가제)의 원작은 한국 연극사를 대표하는 문인 함세덕이 극작한 희곡 『동승』이다. 유치진의 연출로 초연한 <동승>은 1939년 동아일보 주최 제2회 연극대회 극연좌상(현 동아연극상의 전신)을 수상하며 문재가 뛰어난 작품으로 호평받았다. 이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며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로 출제되기도 했다. 

국립극단이 2025년에 새롭게 선보일 <심상기행>(가제)은 원작 <동승>의 뼈대 위에 새살을 입혀 ‘메타연극’을 시도한다. 연극이 연극 스스로에 대한 재현을 시도하는 연극적 문법으로, 원작이 품은 내면적 심상을 드러내고 때로는 원작을 분절하고 파열하기도 하며 연극 예술의 존재 가치를 일깨운다.

또한, 국립극단은 2025년에도 해외 현대 희곡을 국내 무대에 처음 소개하면서 한국 최대 연극 제작단체로서의 면모를 공고히 한다. 시대를 반영하는 특별한 해외 신작을 국내 무대에 담아온 국립극단은, 그동안의 작품 제작 과정에서 국립극단만의 제작 노하우를 습득하고 해외 우수 작품 발굴 및 도입 시스템을 집대성해 왔다. 2025년에는 1편의 신작과 2편의 연작으로 그 제작 역량을 꽃피운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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