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언론 사진상을 수상한 작품들이 서울을 찾는다. 세계 근현대사를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회, 퓰리처상 사진전이 오는 12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다.
퓰리처상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보도, 문학, 음악상이다. 특히, 보도 부문은 언론의 노벨상이라 불리며 최고의 명예로 인정받고 있다. 퓰리처상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제도를 변화시켜왔지만 이 상의 본질적인 목적은 변함이 없다. 훌륭한 언론을 찾아내고 격려하는 것이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그동안 수상한 보도 사진 부문의 최고 수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비롯해 전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 팬데믹 등 최근 수상작들이 포함된다. 또한, 굶주린 수단 소녀를 지켜보는 독수리, 네이팜탄 폭격을 피해 달려가는 소녀, 베트콩 즉결 처형, 뉴욕 9·11 테러 등 중요한 역사적 순간을 담은 놀라운 이미지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우리의 아픈 역사가 담긴 사진도 만날 수 있다. 1951년 수상작인 '한국전쟁'에서는 수많은 피난민들이 중공군을 피해 폭파된 대동강 철교 위를 건너는 절박한 장면이 담겨 있다. 2019년에는 로이터통신의 김경훈 기자가 아메리칸 드림이 국경의 장벽에 막힌 중남미 이민자들의 모습을 포착한 사진으로 한국인 최초로 보도 사진 부문에서 수상했다. 그의 작품 또한 영광스러운 퓰리처상 사진전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다.
복잡한 국제 정세를 담은 사건들이 이어지지만 관객들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우선, 연대기별로 배치되는 각 수상 사진에는 사건과 취재 상황을 기록한 풍성한 설명글이 제공된다. 수상자 인터뷰 영상과 1998년 에미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충격의 순간(Moment of Impact)'등 사진과 글, 그리고 영상이 적절히 조화되며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퓰리처상 사진전 전시 기획자 시마 루빈(Cyma Rubin)은 "퓰리처상 사진전은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다. 퓰리처상 수상작들은 현재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이를 이해할 지혜가 있다면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사진가들이 위험한 현장을 지키는 이유"라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우리는 매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목격하고 사진가들은 이를 기록한다. 그들은 최루탄을 견디고, 때때로 물리적 폭력에 희생이 되기도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최전선에서 셔터를 누른다. 그 순간, 그들은 시대의 정신을 사진 속에 담아 우리에게 전달한다. 퓰리처상 사진전에는 지난 80년간 헌신적인 사진가들에 의해 남겨진 고요한 기록이 켜켜이 쌓여 있다. 진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전시는 2025년 3월 3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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