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에 참여하는 건축가는 승효상, 조민석, 조병수, 최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성 건축가부터 양수인, 조재원 등 중진, 그리고 비유에스, 오헤제건축 등 젊은 건축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이들은 집을 통해 가족 구성원 및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기후위기 등 점점 빠르게 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질문한다. 특히 “아파트 공화국”이라고도 불리는 한국 사회에서 대안적 선택으로 자리 잡은 집들을 통해 삶의 능동적 태도가 만든 미학적 가치와 건축의 공적 역할을 전달하고자 한다.
전시는 건축가와 거주자의 작품과 자료로 구성된 관람 중심의 2전시실과 이를 워크숍, 영화, 강연 등으로 확장하는 참여형 공간의 1전시실로 구성되며, ‘선언하는 집’,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 ‘관계 맺는 집’, ‘펼쳐진 집’, ‘작은 집과 고친 집’, ‘잠시 머무는 집’ 등 총 6개의 주제로 58채의 집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시장에는 건축가의 설계 과정을 살펴보는 건축 자료, 건축주의 삶의 흔적이 담긴 생활 자료와 함께 영상과 모형 등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선언하는 집’은 공간 개념과 형식을 강조하는 집이다. 집 내외부의 공간 경험을 극대화하고, 건축 요소들이 일상 활동에 집중하기보다 심미적인 측면에 맞춘 특징을 드러낸다. <수백당>(승효상, 1999-2000), <땅집>(조병수, 2009), <축대가 있는 집>(최욱, 2006-2022), <베이스캠프 마운틴>(김광수, 2004) 등을 살펴본다.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은 가족의 규범이었던 4인 가족 형태를 벗어나 새로운 반려 개념을 재구성하는 집에 관한 이야기다. <홍은동 남녀하우스>(에이오에이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2018), <고개집>(양수인, 2016), <정릉주택 & 지하서재>(조남호, 2018), <맹그로브 숭인>(조성익, 2020) 등 가족이 해체되고 있는 요즘 사람이 아닌 동·식물과 함께 사는 집, 3대가 함께 사는 집, 1인 가구를 위한 집들을 소개한다.
‘관계 맺는 집’은 새로운 사회적 공동체를 상상하는 집에 관한 이야기로 더불어 살아가는 집짓기 실천에 주목한다. <대구 앞산주택>(김대균, 2008), <써드플레이스 홍은 1-8>(박창현, 2020-2024), <이우집>(박지현+조성학, 2023) 등 단독주택이지만 그 안에 회합의 장소가 있는 집, 타인과 공유하는 집을 들여다본다.
‘펼쳐진 집’은 시골의 자원과 장소성에 대응하는 집에 관한 이야기다. 농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집짓기 사례들을 통해 과거 전원주택으로 대표되었던 시골 집짓기의 변화를 살펴본다. <목천의 세 집>(이해든+최재필, 2018), <와촌리 창고 주택>(정현아, 2012), <볼트 하우스>(이소정+곽상준, 2017), <아홉칸집>(나은중+유소래, 2017) 등이 소개된다.
‘작은 집과 고친 집’은 도시의 한정된 자원과 장소성에 대응하는 집이다. 대규모로 조성된 신도시 필지가 아니라 도심 속 독특한 형태의 땅을 찾아 올린 집부터 오래된 집을 고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픽셀 하우스>(조민석, 2003), <얇디얇은 집>(안기현+신민재, 2018), <쓸모의 발견>(박지현+조성학, 2018), <Y 하우스 리노베이션-만휴당>(서승모, 2019) 등이다.
‘잠시 머무는 집’은 생의 주기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주거의 시간성을 논의한다. <여인숙>(임태병, 2020), <뜬 니은자 집>(조재원, 2010), <고산집>(이창규+강정윤, 2017) 등 일상과 여가의 중간 지대에서 잠시 머무는 숙박 시설 및 최근 한국 사회의 주요 공간 소비 장소로 떠오른 ‘스테이’와 주말 주택을 소개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집’을 통해 삶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공존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전시”라며, "현대미술의 장르 확장과 함께 건축예술과 삶의 미학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