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의 샬롯 브론테, <폭풍의 언덕>의 에밀리 브론테, <아그네스 그레이>의 앤 브론테 그리고 화가이자 작가로 활동했던 브랜웰 브론테까지 19세기 초 영국에서 작가로 활동한 브론테 남매의 생애를 그린 뮤지컬 <웨이스티드>가 12월 13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막을 올렸다.
작품은 ‘샬롯 브론테의 인터뷰’라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네 인물의 삶을 독립적인 동시에 유기적으로, 무엇보다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실패와 좌절 속에 끊임없이 다시 일어서고 맞선 투지, 그리고 창조를 향한 열망으로 가득 찬 이 삶의 연대기는 시대를 앞서 태어난 예술가들의 삶 한가운데로 관객들을 이끈다. 여기에 4인조 라이브 밴드가 선사하는 다크 포크 록, 개러지 펑크, 하드 메탈, 싸이키델릭 펑크 등 다채로운 록 사운드의 넘버들이 시대를 향한 저항의 외침에 힘을 더한다. 지금의 관객들이 익숙한 밴드 단위의 록 음악뿐만 아니라, 솔로 가수가 부르던 초기 록 장르인 컨트리 록, 블루스 록, 가스펠 록까지 아우르며 풍성한 록의 성찬을 즐길 수 있다.
성별과 가난이라는 장벽 앞에 “우리의 삶은 ‘헛된 것(Wasted)’ 이었을까”라고 자문하는 브론테들은 젠더, 재산, 사회적 계층 등 여전히 존재하는 무수한 벽에 맞서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 모습과 맞닿아 있다. 그들이 노래하는 모진 삶 속에서의 치열한 삶과 창작 의지는 여전히 많은 장벽 앞에 서 있는 현재의 관객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넨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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