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빈은 그간 ‘배우’라는 타이틀보다 ‘이광수 여자친구’라는 꼬리표가 먼저 따라붙었다. 2016년 JTBC 드라마 ‘마담 앙트완’으로 데뷔한 이래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며 대중들에게 사랑받았지만, 확실한 ‘한방’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지난해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인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에 이어 올해 개봉한 영화 ‘공기살인’에서 호연을 거듭하며 배우 인생의 첫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편이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은 미깡 작가의 다음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을 원작으로 동갑내기 세 친구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에서 이선빈은 일할 때만큼은 업무력 만렙 예능작가이면서도 하루의 끝은 술로 마무리해야 하는 ‘안소희’ 역을 맡았다.
‘술꾼도시여자들’은 대학 시절 첫사랑부터 사회 초년생의 고단함, 실직과 이직, 부모와의 사별 등을 통해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현실성 있게 그려내며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 특히 이선빈은 일할 때는 프로페셔널하지만 실은 물러터진 허당 매력의 ‘안소희’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하며 호평을 얻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선빈은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감정을 폭발하는 오열 연기부터 내면의 슬픔을 억누르는 담담한 표정까지 다양한 감정선을 안정적으로 표현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때문일까. ‘술꾼도시여자들’은 최근 OTT 플랫폼 오리지널 드라마 역시 TV 드라마 못지않은 경쟁 구도가 형성된 와중에 단연 2021년 OTT 드라마계의 손꼽히는 인기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드라마는 SNS 등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일일 가입 기여 최고 수치를 경신했을 뿐만 아니라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주간 유료가입 기여 1위를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그녀는 “TV 드라마를 하다가 ‘술꾼도시여자들’을 통해 OTT 오리지널을 처음 하게 됐다. 시청률 집계가 아니다 보니 잘 될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대본을 보고 저를 비롯한 네 명의 캐릭터가 다 매력이 넘쳐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OTT 플랫폼은 날 것,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에 ‘술꾼도시여자들’이 많은 웃음 포인트가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라고 인기 요인에 대해 말했다.
이렇듯 극 중 세 친구로 등장하는 이선빈, 한선화, 정은지의 열연과 완벽한 조화로 꾸준한 사랑을 받는 ‘술꾼도시여자들’은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술꾼도시여자들’은 ‘2022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도 초청되는 쾌거를 기록했다. 이선빈 역시 “OTT 드라마로 칸의 초청을 받게 돼 굉장히 기뻤다”라고 벅찬 소감을 밝혔으며, 드라마에서 환상의 호흡을 맞춘 정은지와 핑크카펫을 밟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여기에 이선빈은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공기살인’으로 기세를 이어갔다. 이선빈은 극 중 언니를 잃고 사건에 뛰어든 법조인 ‘한영주’ 역할을 맡았다. 한영주는 대검찰청 검사로 공과 사 철두철미하고 칼 같은 성격의 검사들과 다르게 조금의 빈틈도 있고 인간미도 있다. 부모님 없이 뒷바라지해준 언니 ‘길주’의 사망과 조카 민우의 폐 질환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인 것을 알고 평소 천직이라 여기던 검사 자리를 때려치우고 그들의 변호사가 되기로 한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공분을 샀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모티브로 한 영화 ‘공기살인’에서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를 맡은 이선빈은 특유의 진솔한 매력을 그대로 살리는 동시에 처절하고 간절한 감정 연기를 얹어 ‘술꾼도시여자들’과는 180도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특히 그녀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잘 표현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촬영 내내 살이 쭉쭉 빠졌다.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나서는 코피까지 쏟았다”라며 작품에 눌러 담은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배우 이선빈은 최근 영상 없이 음성으로만 이야기를 꽉 채우는 오디오 영화 ‘리버스’ 출연을 확정하며 새 여정에 나섰다. 그녀는 극 중 별장 폭발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은 여자 역을 맡아 배우 이준혁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이선빈의 연기 변신과 끝없는 도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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