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는 ‘상구보리 하화중생’ 위로는 진정한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시킨다는 대승불교의 이상을 철저히 추구한 인물이다. 이러한 원효가 스스로 과제라 느낀 건 서로 모순된 듯 보이는 불교 이론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체계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이에 그는 거의 모든 경전을 분류하는 한편 서로 모순·대립하는 견해를 극복하는 데 화쟁(和諍)이라는 자신의 독특한 개념을 활용했다. 원효의 핵심사상인 화쟁 사상은 ‘다툼을 화해시킨다’라는 뜻으로 여러 종파의 사상 간 대립을 지양하고 화쟁 귀일하는 사상을 일컫는다. 오늘 소개할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겸임교수 김민서 작가 역시 이러한 화쟁 사상을 명심한 채 새로운 현대 한국미술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모색하며 주목받고 있다. 서로 다투지 않고 상생하는 화합과 융합 정신이 바로 ‘아름다움의 극치’라는 김민서 작가를 만나 전통미술을 넘어 전통 정신을 이어가며 이룩한 그의 예술적 성취를 취재했다.
김민서 작가를 만나러 간 곳은 울산 중구의 한 작업실이었다. 작업실 앞은 태화강이 흐르고 벚꽃 나무가 울창하였으며, 갈대숲과 공원 산책로로 이어지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러한 지리적 풍경에서 느껴지는 맑고 좋은 기운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녹아드는 것 같아 오랜 세월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민서 작가는 전통회화를 토대로 현대적 감각으로 작품세계를 연구하며 자생적 한국미술 전통미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서양미술을 전공한 그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불화, 민화, 채색화, 문인화 등을 두루 섭렵하며 전통미술기법을 습득했다. 이를 통해 지속해서 기량을 갈고닦은 김민서 작가는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통하여 현대미술과의 조화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창작 작품세계를 모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노력을 잇고 있다. 이렇듯 독자적 작품세계에 천착 중인 김민서 작가는 현재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겸임교수 및 동국대학교 불교 문화대학원 외래교수로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다수 초대전, 단체전과 개인전을 통하여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화합과 융합 정신이 아름다움의 극치
김민서 작가의 가슴속에는 늘 원효의 화쟁 사상이 자리하고 있다. 원효의 화쟁 사상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한국의 대표적 정신이자 김민서 작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상이기 때문이다. “제가 작품을 하면서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것은 바로 원효 스님의 화쟁 사상입니다. 화쟁 사상이란 쉽게 말해 이것저것 구분 짓지 않고 통합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에 영향을 받은 저 역시 모든 것을 아우르고 통합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창작세계를 펼쳐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러한 생각을 지니고 제 나름대로 연구를 계속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창작적인 예술 활동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틀 안에 갇히는 게 아닌 현시대에 맞게 화합과 통합을 강조하는 작품세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김민서 작가는 서로 다투지 않고 상생하는 화합과 융합 정신이 바로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밝혔다. 이것이 바로 화쟁 사상의 정점이라 설명하는 그는 이 사상이 불교 정신인 동시에 한국의 중요한 전통 사상이라고 부연했다. 여기에 더해 김민서 작가는 “전통미술을 이어가는 것은 기법과 형식을 이어가는 것이 아닌 곧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라며 “이것이 내가 지표로 삼고 있는 작품세계이며 이 사상이 진정한 예술가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을 지도하며 자신 역시 많은 점을 배워
그는 작가인 동시에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김민서 작가는 동국대학교 미술학과를 비롯해 동국대학교 불교 문화대학원 등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동시에 학생들에게 많은 점을 배우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림은 그 시대 사람들의 사고나 염원 그리고 생활을 대변하는 채널입니다. 어쩌면 관련 저서보다도 그림이 그 시대의 진정한 역사를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즉, 그 시대의 환경과 염원 그리고 생각에 맞춰 시대정신을 그려야 합니다.” 김민서 작가는 대학생들을 오랫동안 지도하면서 오히려 그들을 통해 젊은 세대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신선하고 새로운 현대적인 젊은 감각으로 작품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김민서 작가는 새로운 자신만의 창작적인 작품세계를 펼쳐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전통미술, 불화, 민화 등 장르 구분 없이 창작 정신으로 통합되는 작품세계를 펼쳐보일 계획이다.
예술가로서 나의 족적을 남길 것
지금까지 총 9회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는 김민서 작가는 현재 10회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울산중구문화의전당 별빛마루에서 열린 9번째 개인전에서 그는 대표 작품인 ‘울산대왕암’을 비롯해 화려한 깃털을 자랑하는 공작도와 봉황도, 탱화 등을 두루 선보였다.
“10회 개인전은 연꽃을 주제로 할 생각입니다. 저는 맑고 밝은 부처님의 마음과 정신을 작품에 담아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꽃 그림을 통해 맑고 밝은 부처님 마음을 관람객이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흙탕물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속세에 사는 우리도 혼탁함에 물들지 않고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그게 바로 부처님의 세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많은 분이 그러한 기운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10회 개인전을 준비하겠습니다.” 김민서 작가가 새롭고 독창적인 작품활동을 통해 예술가로서 자신의 족적을 남기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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