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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에너지 강국 대한민국 형질전환 억새에서 찾다

전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응용생물공학부 김정일 이학박사 / 부교수 | 2014년 0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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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개발 열기가 뜨겁다. 원유가격의 가파른 변동폭과 지구온난화 등 화석연료의 한계점들이 대체에너지 개발에 대한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 움직임 중 하나로, 바이오에너지 분야의 발전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은 타 국가들에 비해 바이오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매우 부진한 편에 속한다. 미국, 유럽연합(EU)에서는 2005년부터 이미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촉진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으며 특히, 전력/열 생산(RPS)과 수송용 연료(RFS)에 대한 바이오에너지 의무 사용을 법제화하면서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친화형 대체에너지 생산기술 선점이 앞으로의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의 에너지 역량에 새로운 발전 돌파구로 ‘형질전환 억새’가 주목받고 있다. 그간 파이토크롬(phytochrome: 색소단백질) 광수용체의 신호전달체계를 연구해오며 식물의 생장 및 발달 연구 분야에서 탄탄한 업적을 남겨온 그가 소개하는 최근 연구과제와 앞으로의 계획, 아울러 미래 한국의 바이오에너지 역량 혁신 가능성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자.
 
억새에서 미래 에너지의 가능성을 발견하다
이제 대체에너지 개발은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현실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태양열, 풍력, 파력 등 자연을 이용한 각종 대체에너지들 중, 특히 식물의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식물의 바이오매스(biomass: 생물연료)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방법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소모해 바이오매스를 생산하는 식물 특성으로 높은 탄소중립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즉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 기존 바이오매스 생산법은 옥수수와 사탕수수 같은 식량작물의 당, 전분을 원료로 이용하는 방법과 셀룰로스를 발효시켜 얻는 방법이 있습니다만, 식량작물을 사용해 에너지를 얻는 방법은 가뜩이나 식량난을 겪고 있는 인류의 미래에 전혀 도움될 것이 없습니다. 즉, 비식용 작물을 사용해 바이오매스를 얻도록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김 교수는 현재 ‘농촌진흥청 차세대 바이오그린21사업’ 내 ‘시스템합성농생명공학사업단’에서 ‘식물의 광 반응성 최적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작년부터 금년 말까지 진행될 연구에는 그가 박사과정부터 연구해온 전문 분야인 ‘파이토크롬 광수용체가 식물의 생장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식물의 광 반응성을 최적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또한 그 응용 연구로 농림수산식품기술평가원의 생명산업기술개발사업을 통하여 ‘억새(Miscanthus sinensis) 형질전환 시스템 구축 및 광 이용성 증대 억새 품종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즉 현재 김 교수는 그간 연구를 통해 얻은 순수과학적 성과를 대체에너지 분야에 응용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바로 형질전환 억새품종 개발 연구가 그것이다.
“억새의 형질전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여기에 파이토크롬 광수용체를 이용함으로써, 향후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에 주 자원으로 억새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이로서 한국의 바이오에너지 연구 분야도 선진국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설 것입니다.”
이미 억새 형질전환 식물체들이 확보되어 서울대 김도순 교수 연구팀의 LMO 포장시험장에서 생명공학 억새의 여러 가능성들을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아직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연구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라 완벽히 통제된 공간에서 재배중인 것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LMO(유전자변형생물체, GMO라고도 함)의 재배가 허가된 사례가 없지만 형질전환 억새는 한국의 미래가 걸린 대체에너지의 주력자원이 될 것이기에 김정일 교수의 기대감은 남다르다. “다소간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형질전환 억새가 일반에 재배될 때까지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며 포부를 밝히는 그에게서 막중한 의무감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김정일 교수의 억새 형질전환 시스템 구축 연구는 올해로 벌써 5년을 맞이했다. 연구 초기 당시만 해도 이 분야에 대한 연구 성과가 거의 없었기에 그는 맨땅을 경작하는 마음으로 묵묵히 연구에 임했다고.
“그나마 선행연구로 잔디 형질전환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어 억새 형질전환 연구의 맥락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저의 고집으로 시작한 잔디 형질전환 연구 성과가 의도치 않게 큰 도움이 된 것이죠.”
잔디나 억새는 같은 단자엽식물(외떡잎식물)로서 연구 난이도가 높았을 뿐 아니라, 선행 연구 사례가 부족해 다른 연구진들이 꺼려하던 분야. 하지만 위기를 정면에서 극복하기를 추구하는 김 교수의 고집과 열정으로 억새 연구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게다가 기초연구파트로서 식물이 빛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이를 신호화함으로써 생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즉 광수용체인 ‘파이토크롬’을 꾸준히 연구해온 김 교수는 식물생명공학 연구 분야에서 이미 인정받은바 있다. 
이번 억새 형질전환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아그로박테리움을 활용, 유전자총을 사용한 형질전환 연구보다 획기적으로 높은 안정성을 확보, 충분한 사업화 가능성까지 증명해냈으며 현재 전문 학술지 발표 및 특허 출원 완료된 상태다.
“당연한 말입니다만, 대체에너지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야 하겠죠. 억새가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어느 정도의 습지여건만 마련된다면 강력한 생존력을 보여준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억새의 특성에 맞춰, 단기간에 안정적인 연구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아그로박테리움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김정일 교수는 “화석연료의 매장량이 한계를 드러내기 전에 억새를 대체에너지 자원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소개하며 담담히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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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가지 않은 곳을 노려라.” 시대 트랜드에 따라 목표를 정하는 과학자가 아닌,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과학자가 되라는 것이 김정일 교수의 연구철학이다. 그는 이러한 소신을 지키며 걸어왔고, 후학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강조한다.
“제가 박사과정을 밟을 무렵인 90년대 말에는 식물 게놈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새로운 유전자를 밝혀내는 분자생물학이 큰 인기를 끌었죠. 그러나 게놈프로젝트가 완료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고 대부분의 유전자가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이 분야 연구는 급격한 쇠락을 맞이했습니다. 이에 저는 아직 아무도 도전하지 않은 식물의 색소단백질의 번역 후 변형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과정과 그 신호전달을 연구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지금에 와서는 매우 적절했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그는 지금도 학생들에게 “다른 학생들보다 먼저 움직이며, 블루오션에 도전할 것”을 강조한다. 다른 학생들이 기피하는 연구 분야를 성실과 끈기로 극복한다면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자들이 먼 미래를 바라보며 눈앞의 실패를 두려워해 도전하지 못하는 소인배가 아닌, 대담히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선두주자가 되길 바라는 김정일 교수는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며 꾸준히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교육 철학을 밝혔다.
김정일 교수의 최종 연구목표는 식물의 광신호전달 네트워크를 증명하고 확립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를 응용학문과 실제 산업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향후 인류의 주식 곡물들이 대부분 포함된 단자엽식물의 광신호전달 네트워크를 증명함으로써 식량난 해결은 물론이요, 대체에너지 생산에 있어서도 상상할 수 없는 성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김 교수는 오늘도 열정적으로 자신의 연구를 발전시키고 있다. 학자이자 국가 현안에 대한 대안 제시자로서 막중한 책임을 가진 김정일 교수의 향후 행보에 큰 성공과 과학적 발견이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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