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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을 닮은 ‘여인’을 그린다

유경희 작가 | 2021년 10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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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1887-1986)는 20세기 미국의 대표 화가다. 그녀는 평범하게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문득 여자라는 이유로 원하는 곳에 살 수도 없고 갈 수도 없으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도 없음을 깨달았다. 이에 그녀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남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것,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바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지아 오키프에게 큰 영향을 받은 유경희 작가는 그토록 바라던 그림을 마음속으로만 품고 사는 것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유명한 말처럼 ‘전업 작가’라는 꿈을 이루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만들고 있는 유경희 작가를 경기도 화성시에 자리한 그녀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유경희 작가의 인생은 그림과 함께한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년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는 학창시절 미대에 진학하는 게 꿈이었다. 그 당시 사회 분위기로서는 이례적으로 유경희 작가의 부모님은 그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고, 결국 미대에 진학함으로써 그 꿈은 이루어졌다. 미대 졸업 후 그녀는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게 됐고, 넉넉지 못했던 경제적 상황으로 미술학원 운영을 10여 년 하게 됐다. 학원 운영을 하면서 유경희 작가는 경제적으로 한결 여유로워졌지만, 막상 행복하진 않았다. 맘 한편에는 여전히 그림에 대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열망으로 43세 나이에 다시금 붓을 든 그녀는 200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 15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이외에도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아트페어 위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유경희 작가는 화성시에 작업실을 마련하여 올해 있을 아트페어에 출품할 작품 완성에 여념이 없으며, 화성시 문화재단에서 기획하고 있는 커뮤니아트축제 참여예술가로 선정되어 ‘작가 그림 따라하기’라는 프로그램을 10주간 진행하며 시민과 의미 있는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여인’만을 화폭에 담아

유경희 작가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그녀는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이해주었다. 그런데, 작업실에는 유경희 작가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바로 수많은 여인이 그녀의 작업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녀와 닮은 듯 닮지 않은 각양각색의 여인들이었다. 

“제가 그리는 인물은 주로 ‘여인’입니다. 이 여인들을 통해 여성만이 그려낼 수 있는 다양한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저 역시 여성이니까 아무래도 제 감정이나 이야기가 작품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기도 합니다. 즉, 제 마음을 담아서 여인을 그리고 있습니다.” 

유경희 작가는 5~6년 전부터 인물화(여인) 중심으로 화폭에 담고 있다. 여인 시리즈는 속박된 일상에서 자유와 평온을 꿈꾸지만, 결국 순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괴로워하고 현실과 이상, 좌절과 희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즉 외부로 표출되지 않는 내재적 감정 이미지를 상징하고 있다. 유경희 작가의 여인은 그리는 것부터 색감과 표정까지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색감은 그녀가 작품에 임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답게 감상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붉은색을 비롯한 단색을 주로 쓰는 강렬한 색채는 어느새 그녀의 상징이 되었을 정도다. 이렇듯 독창적인 화풍과 주제로 자신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단단히 구축해가는 유경희 작가는 앞으로 작품 속 색감과 표정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 자신만의 여인 시리즈의 매력을 세상에 널리 알려가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림은 나의 모든 것

그림에 관한 선입견이 있다. 여전히 그림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유경희 작가는 그림이 결코 일부를 위한 전유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갤러리에 발을 자주 들이다 보면, 일반인도 자연스레 보는 눈이 높아지고, 어느새 그림 문화를 향유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저에게 있어서 그림은 제 모든 것입니다. 제가 언제까지 살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10년간 제 그림을 부단히 그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여 제 작품 세계를 완성해 가고 싶습니다. 또 10년 후는 저에게 있어 일종의 그림 인생의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갈 생각입니다.”

유경희 작가는 매 순간 그림을 그리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마지막 남은 꿈이 있었다. 그녀는 누군가 자신의 그림을 봤을 때 ‘아! 유경희 작가 작품이네’ 하고 자신을 떠올릴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를 위해 붓을 내려놓는 그 날까지 즐겁고도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쳐나갈 유경희 작가의 앞날을 응원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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