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에서 추연당을 운영 중인 이숙 대표는 오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여주에 귀촌한 케이스다. 귀촌하기 전에 유통업으로 소위 ‘잘 나갔던’ 그녀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생각나는 고향의 향기와 할머니의 손맛이 그리워 8년 전부터 전통술을 빚기 시작했다. 이숙 대표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 한국가양주연구소 등에서 수년간 음식과 가양주를 가열 차게 배워나가며 점차 자신만의 전통주를 완성해나갈 수 있었다. 자연스레 쌀 좋고 물 좋은 여주에 터를 닦고 추연당을 차린 이숙 대표는 끊임없는 연구를 거듭한 끝에 개성과 품격을 모두 지닌 전통주를 만들어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추연당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2020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약청주 부문 우수상을 받으며 경쟁력을 공인받았다. 또한, 세종의 고장 여주를 알리기 위해 ‘이도정과’, ‘이도육포’를 상표화하며 전통주와 전통음식을 아우르는 뜻깊은 행보도 이어나가고 있다.

전통주에 여주의 스토리를 입혀
“추연당의 대표 전통주는 순향주입니다. 순하고 향기로운 술을 의미하는 순향주는 여주 쌀로만 다섯 번 빚는 오양주입니다. 찹쌀로 빚은 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맛이 나지만, 멥쌀로 빚으면 드라이하고 목 넘김이 깔끔하며 뒷맛에 신맛과 감칠맛이 납니다. 그래서 순향주는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립니다. 술은 음식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조연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순향주는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약주가 아닐까요?”
또 다른 대표제품 백년향은 생막걸리인데, 이 술 역시 순향주와 마찬가지로 드라이하며 깔끔하면서 신맛이 난다. 추연당의 제품은 발효와 숙성에 100일이 걸릴 뿐만 아니라 전통방식인 자연침전 방식을 택해 신맛과 단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린다. 또한, 추연당에서는 최근 소여강이라는 증류식 소주를 출시했다. 이 술은 상압식으로 증류한 쌀소주를항아리 숙성으로 시간의 미학을 입히고 여주 지도를 그려 여주의 트레킹 코스 색을 알코올 도수[50%(황금색, 여강길2코스), 42%(파란색, 여강길3코스) 25%(초록색, 여강길4코스)]에 따라 라벨로 하는 등 여주의 스토리를 입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이숙 대표는 ‘여강길’이라는 여주의 둘레길을 브랜드화하여 만들어진 소여강과 같은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다. 즉, 음식과 지역 스토리를 지속해서 접목하고,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문화사업을 통해 추연당이 음식으로 치유하는 문화공간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식으로 소통하고 치유했으면… 
추연당 이숙 대표가 승승장구만 했던 것은 아니다. 양조장 운영이 워낙 녹록지 않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을 때가 그녀 역시 많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응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제 그녀는 지치지 않게 차근히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을 내려놓고 정성을 다한 결과 술의 맛도 훨씬 동그랗고 부드러워졌다고 부연했다.
“많은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그것을 음식으로 치유했으면 좋겠습니다. 의식동원이라고 음식을 먹는 것과 병을 치료하는 것은 그 근원이 같다고 했습니다. 마음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음식다운 음식을 만들어보고, 밥 다운 밥을 스스로 차려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제대로 된 밥 한 끼를 먹었을 때 비로소 삶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밥을 해 먹는 몇 분의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작게나마, 집 집마다 술이 익어가는 가양주 문화가 꽃피워가기를 소망합니다.”
음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치유했던 것처럼 음식을 통해 다른 사람도 즐겁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겠다는 추연당 이숙 대표. 전통주를 넘어 여주 그리고 지역주민과 어우러진 음식 문화사업을 통해 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를 기대해본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