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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 속 희망은 그 안에 있을까

| 2020년 08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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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천 작가의 <판도라의 상자>는 말 그대로 집들의 집합체다. 캔버스를 가득 채운 집들은 모두 작가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인데 ‘그렸다’기 보다는 ‘만들다’라는 술어가 어울린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은 3,4층 정도의 집에서부터 8,9층은 족히 되는 건물들이 빼곡히 중첩되어 있는 마을이다. 건물의 높이에 비해 지붕이 높은 걸로 봐서는 한국의 집보다는 유럽의 어느 오래된 마을이 떠오른다. 얼핏 고층빌딩으로 보이는 건물들도 보이지만 오랜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마을의 느낌이 강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집들은 모두 하나하나 따로 만들어진 독립공간임을 알 수 있다. 작은 나무 조각을 얇게 다듬어 그 위에 집을 얹었다. 나무 재료를 사용한 것이 독특해 그 이유를 물어보니, 나무의 정체가 흥미로웠다. 집을 구성하고 있는 나무는 모두 바닷가에 떠내려 온 표류목이다. 이 표류목을 작업실로 가져와서 자르고 깎고 다듬어 납작한 집 틀로 가공한다. 이 과정이 족히 1년은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다듬어진 나무들은 그 모양이 제각각이다. 지붕이나 모서리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부서진 듯 보이는 이유는 기성품이 아닌 표류목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무에 얹힌 집은 정면에서 바라본 단일 시점이면서 동시에 평면적이다. 그런데 이 평면적 집들을 겹쳐가며 붙여나가는 동안 어떤 집은 길게 어떤 집은 짧게 배치되면서 시점이 자연스레 다중화된다. 한 발 떨어져 이 집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마을 상공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고 있는 느낌이다. 가까이 보이는 집들은 고개를 숙여서 보는 시점이고 멀리 있는 집들은 고개를 들고 정면을 응시하는 시점이다.
이는 한국전통회화에서 즐겨 사용하는 다시점 처리 방식인 부감법의 일종이다. 부감법 중에서도 낮은 높이에서 비스듬히 쳐다보는 저공경사도법이다. 이러한 부감법을 사용하는 것이 딱히 특별할 것은 없지만 작가의 예술관을 생각하면 짚어볼만한 부분이 있다. 서양화에서 다시점의 도입은 사실 일종의 저항적 행위였다. 선 원근법을 기반으로 하는 서구의 전통 회화는 하나의 시점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폭력적인데, 피카소를 위시한 입체주의자들은 다시점을 도입해 과거 선원근법의 폭력성에 대응하는 하나의 저항행위로서 그림을 그렸다. <아비뇽의 처녀들>이 따뜻한 감성보다는 어색함, 특이함을 먼저 선사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덕천 작가에게 그림이란 사람들과 어떤 감정을 공유하기 위한 매개체이기에 서양미술의 다시점은 어울리지 않는다. 부감법은 공간의 확산과 깊이를 강조하는 재현방식이기에 기본적으로 관람자를 배려하는 맥락이 있다. 관람객과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김덕천 작가의 입장에서 부감법은 자연스레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시각처리방식인 것이다.
다시 그림을 들여다보자. 집들을 계속 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집들 사이의 공간감이 생긴다. 이 공간감은 나무의 겹침과 가림을 통해 구현된 것인데, 이 공간감에 의해 집들은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는 하나의 마을로 인식된다. 빼곡한 집들로 가득 찬 마을은 크고 작은 집, 드러남과 가려짐의 반복을 통해 일종의 리듬감이 생겨난다. 흰 바탕의 집에 검은 색 창문은 어느 순간 피아노 건반으로 보이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나는 작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이렇게까지 빼곡하게 집을 채워야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런데 이 빼곡함을 통해 밀도가 높은 리듬감과 감춰졌던 깊이감이 보이는 순간 이러한 의구심은 한 순간에 사라졌다. 이러한 리듬감과 깊이감은 평면적으로 재현된 집들에 시선이 계속 머물도록 한다. 그렇다면 이를 통해 김덕천 작가는 관람자와 무엇을 공감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판도라의 상자>는 죽음과 병, 질투와 증오 등 인간에게 해로운 것들이 세상에 모두 흩어지고 ‘희망’만이 남아 있는 상자이다. 아름다운 재앙으로 불리는 <판도라의 상자>는 다른 한 편으로는 인간을 위한 혜택(예컨대 곡물) 등이 가득한 상자였다는 이설도 있다. 어쨌든 마지막으로 판도라의 상자에 남은 것은 인간의 마지막 보루, 희망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판도라의 상자>는 어떤 고난과 좌절, 절망 속에서도 인간은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김덕천 작가의 집은 바로 이러한 ‘희망’을 상징한다. 여기서 집은 House보다는 고향, 가족의 의미를 담고 있는 Home에 가깝다. 우리에게 가족 그리고 고향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희망의 둥지이지 않은가. 위로와 화해의 순간을 자신의 작업을 통해 확인하고 싶어 하는 작가는 그래서 작품 제작 과정 자체가 하나의 수행이자 기도다.
김덕천 작가는 <판도라의 상자>는 물론이고 <사색> 시리즈에서도 형상을 캔버스에 올리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사색>은 물감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판도라의 상자>는 나무를 깎고 만들어 붙여 나가는 방식으로 말이다. 천천히 조금씩 쌓여 만들어진 형상은 그래서 김덕천 작가의 삶과도 닮아 있다. 빠름이 아닌 느림을 추구하는 것. 이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것. 빠른 속도의 흐름 속에서 놓쳐버리고 잃어버린 삶 자체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것. 그가 작품을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것들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이를 시각적으로 잘 구현하고 있는지는 관람객들의 판단에 맡겨둔다. <판도라의 상자>를 보면서 빠른 속도에 매몰된 우리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소중한 무언가를 떠올리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길. 그림을 보는 모두에게 희망을 걸어본다.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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