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동계올림픽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2월 7일부터 23일 동안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이번 22회 동계올림픽은 역대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입해 인프라를 구축했다. 한국 동계올림픽 대표팀은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 역대 최다 규모의 선수단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동계올림픽에 나간 한국 선수 규모는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당시 48명(8개 종목)이 최고 기록이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는 43명, 2010년 밴쿠버올림픽은 46명의 선수가 출전했었다. 아직 출전권이 확정되지 않은 스키와 썰매 등 9개 세부 종목에서는 28명의 출전이 유력하다. 예정대로 출전권이 확보되면 소치에서의 한국 선수단은 최대 61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중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종목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다. 벤쿠버동계올림픽 당시 모태범(25·대한항공)이 남자 500m 금메달과 1000m 은메달, 이상화(25·서울시청)가 여자 500m 금메달, 이승훈(26·대한항공)이 남자 1만m 금메달과 5000m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로 사상 최고의 성적을 냈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기대감은 높다. 이상화는 지난 연말 연이어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모태범과 이승훈, 이강석(29·의정부시청), 이규혁(36·서울시청) 역시 여전히 태극마크를 달며 건재한 모습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의 꽃으로 불리는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에게 많은 기대를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하고 아름다운 피날레를 장식할 지도 관심사지만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의 한판 승부는 보는 이로 하여금 큰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은 소치올림픽 금메달 후보 중 한 명으로 아사다를 지목하고 김연아를 위협할 가장 큰 변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대회당일 컨디션이 관건 ‘적수는 나’
새해가 시작된 1월 1일부터 연습으로 한 해를 시작한 김연아 선수는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쉽 2014’에 참가해 소치를 향한 막바지 점검을 한 바 있다. 스핀과. 스텝 등에 주안점을 두어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연아는 “큰 대회와 은퇴를 앞두고 있어서 힘든 점이 많아 지금은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끝이 보이는 게 아쉽지 않고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기에 모든 것이 다 끝나면 홀가분할 것 같다.”는 소감을 말했었다. 그만큼 자신의 무대에 대한 준비가 끝났으며, 문제는 당일 컨디션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녀는 “자그레브 대회 프리피겨스케이팅에서 스핀과 스텝 레벨이 잘 나오지 않았다. 첫 대회라 완벽하지 못했는데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하며 “카타리나 비트가 올림픽 2연패를 할 때는 지금과는 시대와 경기력이 너무 다르다. 저는 2연패를 의식하기보다 마지막 대회를 잘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대회를 앞둔 자신의 심경을 나타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대목도 있다. 지난해 9월 자그레브 대회 당시 뜻하지 않은 중족골(발등과 발바닥을 이루는 뼈) 미세 손상이라는 부상을 당한 것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때문에 당초 예정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 2차 캐나다 대회와 5차 프랑스 대회에 참가조차 못했다. 실전과 체력을 끌어올리려고 한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하지만 김연아의 명성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놀라운 집중력과 안정된 모습으로 컨디션을 되찾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김연아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를 통해 올림픽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쇼트 프로그램)'와 '아디오스 노니노(프리 스케이팅)' 모두 호평을 받았다. 김연아는 204.49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와 비슷한 시기 열렸던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한 아사다 마오(일본)가 기록한 204.02점을 웃돌며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확인했다. 그러나 '여왕'이기에 다소 아쉬운 점수다. 김연아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 앞서 치렀던 지난해 1월 전국 종합선수권대회에서 210.77점,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18.31점을 기록했다.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도 무난히 200점을 돌파했지만 눈에 띄는 실수들이 있었다. 김연아는 필살기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비롯해, 좀처럼 하지 않았던 더블악셀에서도 실수를 저질렀다. 경기장의 규모가 작은데다 빙질이 나쁘다는 좋지 않은 상황이 있었지만, '점프의 교과서'로 불리는 그녀이기에 아쉬운 결과다. 여기에 스텝과 스핀도 완벽하지 못했다. 김연아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프리스케이팅 스텝시퀀스와 레이백스핀에서 레벨3, 코레얼시퀀스와 체인지풋콤비네이션스핀에서 레벨1을 받았다. 레벨4가 만점이다. 김연아도 이를 인정했다. 그녀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스텝과 스핀 레벨이 낮았다"며 "이번 대회에서는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기부천사
김연아는 7살 때 처음 스케이트를 접하고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전국 동계체전 등 각종 국내 피겨 스케이트 대회에서 우승을 하며 일찍부터 재능을 보여주었고, 대한민국 피겨 스케이터로서는 처음으로 12살에 트리플 점프 5종을 모두 완성하였다.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인 2002년 슬로베니아 트리글라브 트로피 대회 노비스 부문에서 우승하였고, 2003년 크로아티아 골든베어 대회 노비스 부문에서도 우승을 하며 국제 대회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었다. ISU 그랑프리 시리즈 및 세계 선수권, 4대륙 대회 등에서 우승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리고 2010년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는 쇼트 프로그램인 ‘제임스 본드 메들리’와 프리 프로그램인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음악에 맞추어 환상적이고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쳐, 세계 신기록을 세움과 동시에 자신의 꿈이었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벤쿠버 올림픽후 김연아는 유니세프의 국제 친선대사로 임명되어 공익홍보영상과 뉴욕 유엔본부의 기념행사에 참가하였다. 그리고 TIME지의‘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과 미국 여성 스포츠 재단의‘올해의 스포츠 우먼’으로 선정되어 2010을 빛낸 명인사들과 함께 시상식에 참가하였다. 8월에는 미주동포후원재단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떨친 공로를 인정받아 새미 리 박사와 함께 ‘자랑스런 한국인상’을 수상하였고 김연아의 LA방문을 축하하기 위해 미국 LA시는 8월 7일을 김연아의 날로 제정하고 LA명예시민증을 전달하였다. 신채점제 이후 여자싱글선수 최초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김연아는 100년이 넘은 피겨 역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선수이다. 데뷔 후 참가한 모든 국제대회에서 입상하였고 11번의 세계신기록 경신, 공인국제대회 200점 최초 돌파 등 전 세계가 주목하는 피겨스케이팅의 아이콘이다. 김연아는 각종 활동을 통하여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피겨 꿈나무를 위하여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으며, 공연 수익금을 희귀병을 지닌 어린이들에게 기부하였다. 뿐만 아니라, 2010년 1월에는 지진 피해로 신음하고 있는 아이티를 위하여 1억이라는 큰 금액을 구호 자금으로 기부하며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4월에는 아이스쇼 수익금중 일부를, 8월에는 미주 동포 후원재단의 ‘자랑스런 한국인상’상금 1만 달러를 기부하였다. 그리고 성탄절을 맞아 소녀가장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하는 등의 선행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 태풍 하이옌이 할퀴고 지나가 큰 피해를 본 필리핀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긴급 구호기금 10만 달러(약 1억500만 원)를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전달했다. 아름다운 피겨여왕의 마지막 피날레와 향기 나는 자연인 김연아를 위한 무대가 소치올림픽을 통해 펼쳐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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