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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화와 시詩를 통해 세상에 따뜻한 감동을 전하다

강정숙 문인화가 | 2018년 10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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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산새 소리 벗 삼아 / 세상일 다 잊은 듯 마냥 오솔길을 걷는다 / 솔향기 바람 따라. 이는 일흔세 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생애 첫 시집을 펼쳐낸 청담(晴潭) 강정숙 작가의「일흔세 살」이라는 시다. 그의 첫 시집 『바람이 머문 자리』는 긴 투병 생활을 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 일기처럼 기록한 삶의 파편이다. 남은 나날은 되도록 아쉬움과 후회가 없도록 알차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 시와 시집 곳곳에서 잘 묻어나온다. 시인이기 전에 문인화에 조예가 깊은 국전작가인 강정숙 작가는 이렇듯 그림과 글을 통해 인생을 되돌아보고 세상에 따뜻한 감동을 전해오고 있다. 강정숙 작가를 만나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봤다.

사물의 외형을 꼼꼼하게 그리기보다는 마음속의 사상을 표현하는데 치중하는 경향이 강한 문인화는 담백한 먹의 멋과 강한 필력 그리고 문기 있는 조형이 창의적으로 표현된 그림을 일컫는데, 강정숙 작가는 이 분야의 대표 작가로 손꼽히는 운정 조영실 선생의 문하생으로 처음 문인화와 인연을 맺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약 30여 년간 강정숙 작가는 수묵이 주는 운치와 먹선의 변화를 유독 좋아하여 화선지 위에 매, 난, 국, 죽을 꾸준히 그려왔다. 더 나아가 강 작가는 사군자, 산수화, 화훼는 물론 생활 주변의 행복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놓고,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눈부시게 형상화해내고 있다. 또한 최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있었던 제11회 촉문인화연구회 42인전에서 보여준 강정숙 작가의 설경은 필선이 분명하고 능란하여 기운생동이 느껴졌다. 여기에 더해 ‘일필휘지로 그려낸 나목의 가지에는 생명의 꽃눈이 매달려있다. 군더더기를 빼버린 표현은 간결미의 극치를 보여주고 서정의 감수성이 관람자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는다’는 평을 받았다. 이처럼 문인화가로 억겁의 깊이를 더해가는 강정숙 작가는 진주시장애인복지관에서 사군자 재능봉사로 6년의 세월을 보내며 나눔 활동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현재 진주시 평거동 문인화 프로그램을 통해 문인화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문인화, 내 생애 가장 소중한 인연 
“아이들이 자라서 제 길을 찾아 떠나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하여 취미로 배우게 된 것이 바로 문인화입니다. 그렇게 찾아온 문인화는 이제 항상 제 곁에서 기쁨과 행복을 주곤 합니다. 하얀 화선지 위에 문인화를 그릴 때, 제 마음 속에는 꽃도 피고 새도 노래하며 개구쟁이 시절로 돌아가 시냇가에서 물장구도 칩니다. 이처럼 저는 붓끝에서 또 다른 삶과 꿈을 펼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문인화는 제 생애 가장 빛나고 현명한 선택이며 소중한 인연입니다.”
강정숙 작가는 창작에서 얻어지는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며 행복한 일과를 보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문인화가 자리하고 있다. 30년에 가까운 세월을 문인화와 함께 해오면서 점차적으로 눈에 보이는 사물의 외형이 아닌 가슴속에 담겨있는 영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내밀한 내면을 그림으로 표현해나가며 강정숙 작가에게 문인화는 그 자체로 즐거움이었다. 이제는 작품으로 그 즐거움을 많은 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강정숙 작가의 작품세계와 문인화의 화목은 넓혀졌다는 평이다. 강 작가는 목련, 수선, 벚꽃 등 봄꽃들을 주로 그리다가 물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오리들의 생동감을 표현하면서 그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기도 한다. 이렇듯 그의 그림에 꽃과 조류가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연 속에서 얻은 느낌을 보다 진솔하게 그림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을 녹여내기 위함이다. 수묵담채로 자연의 모습과 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 이것이 바로 강정숙 작가가 현재 문인화를 그림으로써 얻는 행복이다. 

첫 시집『바람이 머문 자리』출간
“긴 투병 생활을 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나니 손에 쥐고 있던 그 무엇을 다 놓아버린 것처럼 허전했습니다. 사계절이 다 가도록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묵은 일기장을 읽으면서 지나온 날들이 마치 영화처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산다는 게 과연 무엇일까’를 혼자 되뇌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편과 50년을 함께 살면서 아프고 슬펐던 날도 있었지만 즐겁고 행복했던 날도 많았습니다. 더구나 아들 셋을 낳아 함께 키우고 살아가면서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도 많았습니다. 그냥 묻어두기엔 아쉬운 마음이 들어 살아온 이야기를 써 보았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바로 강정숙 작가의 첫 시집 『바람이 머문 자리』이다. 지난해 12월 12일 발행된 『바람이 머문 자리』에는 바람의 흔적이 남아있다. ‘바람’이 강 작가의 희로애락이라면, ‘자리’는 강 작가가 살아온 삶이 아닐까. 『바람이 머문 자리』의 시들은 강정숙 작가가 그간 살아온 삶의 기록이지만,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것 역시 우리네 인생 또한 강 작가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바람은 결코 고요히 머물기만 하지 않는다. 때론 거세게 휘몰아치기도 하고, 이따금씩 따뜻한 바람도 솔솔 불어올 것이다. 이러한 수많은 시간이 쌓여 우리는 이를 인생이라고 부른다. “저는 가슴속에 쌓여 일렁이는 말들을 정제하지 않고 그저 흘러넘치는 대로 내버려두었습니다. 그것이 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감동했다며 좋아해주시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첫 시집을 내면서 나이와 무관하게 봄 새싹의 설렘을 느꼈습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일흔세 살을 노래한 것처럼 이 시집을 통해 여러분의 인생에도 따스한 봄볕이 들기를 소망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강정숙 작가는 아주 행복해보였다. 문인화를 통해서도, 시를 통해서도 행복한 에너지를 감상자들에게 전할 수 있는 건 결국 강정숙 작가가 행복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마음껏 즐기며 보고 느낀 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고 싶다는 강정숙 작가. 알차고 행복한 인생을 사는 그의 미소가 유독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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