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숨겨진 명작이 격동의 대한민국을 담아낸다. 국립극단은 셰익스피어의 희비극 <준대로 받은대로>를 선보인다. 지난해 <겨울이야기>, <실수연발>에 이어 셰익스피어의 숨겨진 명작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는 이번 공연은 고전 작품에서 동시대성을 발굴하는데 뛰어난 연출가 오경택이 함께해 기대를 더한다. 셰익스피어는 유려한 언어감각과 탁월한 문장력으로 시대를 뛰어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풀어낸 세기의 스토리텔러였다. 그의 이야기들은 당대 유행했던 흥미진진한 픽션과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사랑, 욕망, 복수, 배신 등을 긴장감 넘치게 재구성한 것으로, 그의 탁월한 문장력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깊은 흡인력을 가진다. 시공을 뛰어넘어 보편성을 발휘하는 그의 작품들은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궁극적인 고민까지 담고 있어 여전히 세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셰익스피어가 새롭게 구축한 희비극 작품 중 하나인 <준대로 받은대로>는 법치주의를 주장하면서도 부정을 저지르는 권력자의 추악한 일면을 비춰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쓴웃음을 짓게 한다. 작품 속 권력을 가진 자와 원하는 자, 저항하려는 자와 순응하려는 자가 각 시대마다 다른 가치로 평가되어 셰익스피어가 남긴 최고의 문제작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빈을 통치하던 공작은 여행을 떠나며 자신을 대신해 앤젤로에게 권한을 위임한다. 평소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에 불만을 가졌던 앤젤로는 해묵은 잣대로 엄격히 법을 집행해, 혼인 전 연인과 관계를 맺은 클로디오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이사벨라는 오빠의 사형을 막기 위해 앤젤로를 찾아가 간청하는데, 엄격한 권력자의 모습을 한 앤젤로는 그녀에게 반해 자신과 잠자리를 하면 청을 들어주겠다고 답한다. 이사벨라가 고민에 빠져있을 그때, 신부로 변장한 공작이 나타나 새로운 트릭을 제안한다. ‘권력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번 작품은 지난해부터 권력의 중심에 선 인물들의 타락을 목격하며 법과 도덕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세운 우리에게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연출가 오경택 역시 “자비, 용서, 정의 등 원작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에 더하여 폭력에 맞서는 ‘저항’을 강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연극 <준대로 받은대로>를 통해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해보는 것은 어떨까. 공연은 오는 12월 8일부터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계속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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