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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항藝港 목포 수묵에서 길을 찾다

장유호 화가·기획자 | 2017년 08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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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우리 문화사를 빛낸 문인, 화가들이 다수 활동하며 대한민국의 정신적 역량을 견인했던 예술의 메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산업화 과정에서 경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사이, 도심을 채우던 활력은 사라지고 분위기는 정체된 상태에 처해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목포가 처한 상황을 타개할 희소식이 전해져 주목받고 있다. 바로 ‘2018 전남 국제수묵화비엔날레’의 국제행사 공식 승인 소식이다. 이낙연 총리가 전남도지사로 재임 당시에 야심차게 추진하던 본 비엔날레는 목포는 물론이요, 대한민국 예술의 ‘뿌리’를 되찾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로 뻗어나갈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의 무대가 바로 목포다.

장유호 큐레이터는 화폭 안팎으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온 예술가인 동시에, 문화계 전반의 발전을 도모해온 행정가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무안군 오승우 미술관장으로 부임한 이후, 목포와 인연을 맺으면서 원도심의 복원을 위해 회화 및 조형적 역량을 발휘해온 그는 ‘사회를 이롭게 하는 예술가’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무안군 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하다 오승우 미술관장직으로 고향에 돌아왔습니다. 이후부터 전남의 예술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일들을 찾았는데요, 과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향이었던 목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과거 우리의 예술의 메카였지만 중소도시로 머무르고 있는 목포에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야말로 우리 예술의 뿌리를 되살리고 세계로 뻗어나갈 길이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다시금 예향藝鄕이자 예항藝港으로!
2014년 도시재생사업 선도 지역으로 목포시가 선정됐고, 2015년에 각 분야 전문가들을 코디네이터로 선정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장유호 큐레이터는 예술분야 전문가로서 참여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는 민관합동 사업의 취지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지지합니다만, 예전부터 항상 예술인들 스스로 목포의 발전을 위해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전남문화예술협동조합을 세우고 지역 예술가들이 함께 목포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재능을 펼치려 했죠.” 장유호 코디네이터의 소망과는 별개로, 예술가들은 본연의 굳건한 작품세계와 철학이 있기에 아무리 ‘목포의 중흥’이라는 공동목표에 동참한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활동 방향에서는 통일된 움직임을 기대하기란 어려웠으리라. 그럼에도 그는 지역 예술가들과 소통하고 합심해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마인계터 노라노 미술관’으로 재탄생 시켰으며, ‘푸른 모세혈관 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마인계터 골목길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한 바 있다.
이후에도 전남문화예술협동조합은 꾸준히 교류전을 개최해오며 목포를 대표하는 예술인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회에 공헌하는 예술 추구할 것”
장유호 큐레이터가 ‘수묵’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의 이런 남다른 ‘오지랖’에 기인한다. 자칫 본인의 세계관에 매몰되기 쉬운 화가 일반과 달리, 그는 항상 본인의 역량을 사회의 발전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일관된 가치관을 지켜왔다.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면서부터 ‘왜 한국의 미술은 서양의 미술 사조의 뒤를 따라갈 뿐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어요. 한국의 서양화에는 전통의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게 현실이거든요. 저는 이런 상황에서 동·서양화를 막론하고 한국의 미술 시장이 더 성장하고,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작가들을 더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얼’을 되찾아야한다는 절박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전남에서 추진하는 국제수묵화비엔날레에 큐레이터로 참여하게 됐죠.”
장유호 큐레이터는 수묵화야말로 전남과 한국을 대표할만한 전통 문화예술자원이라는 믿음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다. 수묵화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현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육성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예술의 발전 동력이라는 것이다.“국제행사 승인을 받은 '2018 전남 국제수묵화비엔날레'는 2018년 10월부터 11월 말까지 목포 갓바위권과 유달산권, 진도 운림산방권에서 8개 국 12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회, 체험·교육프로그램, 국제학술회의 등 수묵화를 주제로 한 국제 문화예술 축제로 치러집니다. 또 2018년 행사를 준비하는 사전행사의 성격으로 ‘2017 전남 국제수묵프레비엔날레’가 10월 13일부터 한달간 개최될 예정인데요, 저는 본 행사부터 큐레이터로 참여해 예향 목포의 영광을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항상 사회 현상을 고민하는 예술 행보 보여
장유호 큐레이터의 작품세계를 한 문장으로 축약한다면 ‘사회 현상에 대한 고민과 변화 추구’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인 문제와 부조리들을 독특한 예술 철학에 빗대 표현해온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독창적이고 진보적이며 변화무쌍하다.
“현대인은 항상 외로움에 시달립니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 소통하고 교류할 창구는 늘어났음에도, 극도의 고독과 존재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있죠.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고 거대한 인류사회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어느 순간보다 결속력이 와해된 불안정한 구조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사회적 특성을 ‘꿈’에 빗대 표현합니다. 꿈 자체가 불안정과 비정형을 상징하며 사고의 흐름에 따라 하나의 파편이 전체로 이어지죠.”
그는 사회의 불안정함을 표현하기 위해 점과 선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특히 최근에는 선의 떨림을 적극 활용, 모호함 자체로 또 다른 이미지를 완성해간다. 그의 과거 작품 이력을 봐도 항상 변화를 추구하는 작가 정신이 엿보인다. 특정한 소재와 재료, 미디어에 고착되기보다 일정기간동안 익숙해진 화법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온 그의 예술 행보를 보면, 주기마다 전혀 다른 존재로 거듭나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킨다.
장유호 큐레이터의 이러한 진취적인 예술철학은 화폭을 뛰어넘고 사회를 향해 뻗어나간다. 그는 사회의 부조리를 고민하는 것이 그치지 않고, 실제로 행동하고 조직해 실질적인 성취를 얻어내는데 남다른 모습을 보여 왔다. 이번 비엔날레 뿐 아니라 한국미술협회에서는 ‘미술인의 날’ 제정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등, 예술 단체와 각종 문화 사업의 기획 및 행정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이미 증명했다. 그의 이러한 역량을 알기에, 그리고 목포에 새로운 서광이 비추고 있기에 장유호 큐레이터가 떨치는 붓 끝이 예항藝港 목포를 어떻게 수놓을지 기대되는 것이다. 이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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