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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耐震), 여행 작가를 위하여 길을 만들다

travel report 내진(耐震) 여행 넥서스 E.J 임윤규 대표 | 2017년 0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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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나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수많은 여행서적과 여행 작가들을 볼 수 있다. 국내 혹은 국외의 특이한 여행경험들이 책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끄는 것이 출판계의 흐름이다.
그 틈새 속에서 누구와도 다른 나만의 스타일로 여행 원고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불연 듯 들었다.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은 ‘건축 내진(耐震)’을 주제로 더 이상 감정의 과잉이 아닌, 실용적인 여행 문화의 물꼬를 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진 개념의 전문성을 ‘여행 공간’에 쉽게 부여하여,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분야의 속내를 쉽게 볼 수 있고 또 재난을 예방할 수 있도록,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이 글의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 건물 바깥에서 건물 내부의 내진진단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은 건물의 특수성, 디자인 그리고 곳곳에 남겨진 그 증거와 흔적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령 일본의 예를 들면, 흔히 접하는 장소일지라도 Mass(내진철물)적 분리와 피해 예방적 트렌치와 Expansion joint(익스펜션 조인트: 건축물의 가운데를 기준으로 충격을 분산시켜주는 공법) 라인과의 경로적 연결성 그리고 기초를 받치는 면진방식(耐震: 지진발생시 구조물의 강도와 내구력으로 버티는 방식)을 쓰기에 도면을 보지 않고서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가령 동대문 프라자의 외부를 보면 계단의 단높이 부분으로 면진의 힘의 경로가 빠져 나갈 수 있는 띠가 조용히 내 눈에는 보인다. 바닥 석재의 줄눈에서도 5칸의 하나에 20mm이상의 줄눈으로 희석을 유도하는 디테일도 보이는데, 주로 이런 식의 표현이다. 대도시에 편중되어 있는 내진설계의 흔적들을 표현하여 글과 사진, 그리고 도면으로 남겨져야 한다. 또한 도시를 떠난 장소까지도 이런 노력은 연결되어야 하지만 실제로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이 글로 만들어져 우리들의 뇌리에 각인되고 가슴에 스며든다면 한 사람이라도 희생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건축물과 자연은 서로 공존하는 한 점점 더 쉬우면서 복잡한 디테일로 진화해 버릴 것이다. 좀 더 친환경적이면서 재활용적인 새로운 입면과 평면이 단면과 어우러져 인간을 편리하게 할 수도 혹은 위험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심장의 몫은 내진설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내진은 딱딱하지만은 않으면서, 부드럽게 감미롭게 시적인 노래처럼 만들어야 한다. 산사에 바람이 불면 풍경이 울려 공간을 인식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통의 전화, 그리고 한 건물의 프로젝트 내진 설계 문의로 부산을 갔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어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며, 또한 디테일이 있어서 방문하는 횟수가 많았다. 이미 설계 사무실, 시공회사, 시행사, 건축주가 수영장이라는 공간의 내진 해법을 찾기 위해 수 많은 통화와 협의를 해온 현장이다.
몇 번의 브리핑과 샘플, 시뮬레이션 검토 체크, 여러 번의 수정을 통하여 건축도 어느 정도의 진전을 보였다. 이 건물의 골조가 올라가면서 해운대 앞바다의 원두막 같은 느낌이 드는건 아마도 해운대 앞바다에 모래와 갈매기 그리고 서울에서 드는 향수 때문이라 여겨진다.
나는 어느 현장이든 가게 되면 그 주변, 나만의 공간을 찾아 행군을 하다시피 하는 버릇이 생겼다. 오랜 역사가 숨을 쉬는 골목길, 바다마을, 광장, 시장에서 내가 원하는 풍경과 디테일을 찾아 나의 영감에 끼워 넣는다. 부산에서 그 첫 번째 장소는 누가 뭐라 해도 해운대 바다가 된다. 마천루가 펼쳐지고 그 앞에 광활한 바다를 보고 있자면, 바다가 도시와 만나는 곳의 주택형태, 사람들 표정, 음식, 밤과 낮의 얼굴들이 떠오른다. 그곳이 아마도 문현 마을과 흰여울 마을(절벽마을)일 것이라 판단하고, 그 중심으로 프라이버시를 침범하고 그들의 소리를 들으러 그 속으로 들어간다. 오래되고 낡아서 그 자체의 모습들이 컬러만으로도 변화되는 과정 속에, 옆의 아파트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기만 하다. 그들이 일하는 자갈치 시장, 국제시장에서도 같은 애완적 동감으로 부산을 살아가는 방식일 것이다. 사투리가 정겹게 바다 내음의 공기와 합쳐져 국제도시로의 새로운 다이나믹 부산으로 지금도 도시는 숨을 쉴 것이다. 수 많은 건물들이 대지위에 콘크리트로 대지의 숨통을 막아 날숨이 나가는 경로를 난 오늘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들이 허파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한 이 부산의 역동적인 이어짐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또 다른 도시로 난 출발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올 이 부산의  비린내를 다시 맡으러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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