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휘발되는 아이돌 가수의 생리를 뛰어넘고 데뷔 10년을 맞이한 그룹이 있다. 지난 2016년 12월 13일 정규 3집을 발표하며 이른바 ‘차트 줄 세우기’에 성공한 빅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07년 정규 1집을 발매한 이후, 2008년 정규 2집을 마지막으로 정규 앨범은 내지 않았던 그들이 약 8년 만에 낸 정규앨범이라는 점, 그리고 2월 예정인 멤버 탑의 입대 전 마지막 앨범이라는 점에서 이번 앨범은 그 어느 때보다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정규 3집 앨범의 성과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빅뱅은 주요 음원 사이트 1위를 휩쓸며 시간이 멈춘 듯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에라 모르겠다’는 음원이 공개되자마자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을 비롯해 지니, 몽키3, 소리바다, 네이버뮤직, 벅스뮤직 등 주요 6개 실시간 음원차트를 점령했다. 뿐만 아니라 더블 타이틀곡 ‘라스트 댄스’ 역시 멜론, 지니, 소리바다, 네이버뮤직, 벅스뮤직 등에서 실시간 음원차트 2위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더불어 수록곡 ‘걸프렌드’는 멜론, 지니, 네이버뮤직 등에서 실시간 음원차트 3위에 오르며 이번앨범 신곡 모두 차트 최상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국내 대표 보이그룹’이라는 명성에 다시금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
빅뱅은 2015년 5월부터 8월까지 매달 2곡씩 수록된 싱글 앨범을 발매하는 ‘메이드(MADE)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총 4장의 앨범에 수록된 8곡의 노래는 한곡도 빠짐없이 전부 음원 차트 상위권에 포진하며 좀체 식지 않는 빅뱅의 인기를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얼마 전 공개된 빅뱅의 정규 3집 ‘메이드 풀 앨범(MADE THE FULL ALBUM)’에는 프로젝트로 진행한 기존 8곡에 앞선 언급한 신곡 3곡이 더해져 ‘빅뱅 완전체’의 ‘완전한 앨범’이 비로소 탄생한 것이다.
타이틀곡 에라 모르겠다는 제목처럼 유쾌한 가사를 지니고 있는 미디엄 템포의 힙합 장르 곡으로 YG가 자랑하는 메인 프로듀서 테디와 지드래곤의 합작품이다. 작사 작업에는 탑도 참여했으며, 팝 느낌이 강한 멜로디에 한국적인 색채를 더한 빅뱅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은 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블 타이틀곡 라스트 댄스는 빅뱅의 대표 슬로우 곡이 될 수도 있을 정도로 인상 깊은 R&B 곡이다. 라스트 댄스의 뮤직비디오는 흑백 배경과 멤버들 개개인의 연기가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쓸쓸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고. 래퍼 지드래곤과 탑의 보컬을 들을 수 있는 것도 라스트 댄스의 필청 포인트다.
수록곡 걸프렌드에는 지난 10년간 멤버만큼이나 함께 동고동락한 팬들에 대한 고마움이 잘 묻어난다. ‘어쩜 그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첫 만남보다 설렌대도 믿을까/ 하루하루가 혹시 널 잃을까/ 이 노랠 들으면 닳을까 내 진심이/ 불러도 불러도 그리운 네 이름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우릴 보면서 부러워해’라고 고백하듯 말하는 이 노래의 가사는 팬들을 향한 빅뱅의 마음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이번 빅뱅 새 앨범은 빌보드에서도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2월 13일에 게재된 빌보드 기사에는 에라 모르겠다와 라스트 댄스를 집중 조명하며 곡에 대한 리뷰를 전했다. 빌보드는 “빅뱅은 지난 10년간 그들만의 신나는 댄스음악과 쓸쓸한 발라드와 같이 특별한 음악으로 한국 가요계를 이끌었다”며 “이러한 조화로운 밸런스가 이들을 세계적인 그룹으로 발돋움시켰으며, 어린 층에 맞춰진 한정된 K-POP 산업에서도 살짝 비껴가게 했다”고 빅뱅의 성공 비결을 설명했다. 이러한 빌보드의 극찬뿐만 아니라 빅뱅의 3집 앨범은 아이튠즈 앨범차트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빅뱅의 신곡이 공개되자마자 브루나이, 캄보디아, 코스타리카, 핀란드, 홍콩, 인도네시아, 마카오, 말레이시아, 멕시코, 니카라과, 노르웨이, 파라과이, 필리핀, 싱가포르, 타이완, 타이, 터키, 우크라이나, 베트남 등 총 19개국 아이튠즈 글로벌 앨범차트 1위를 휩쓸었다.
빅뱅은 출세곡 ‘거짓말’을 시작으로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 ‘판타스틱 베이비’ 등 무수히 많은 히트곡을 그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이들은 “인기를 끌었던 요인만 뽑아서 곡을 쓸 수도 있지만 자기 복제는 아티스트로서 발전도, 재미도 없어서 저희가 듣기에 좋고 떳떳한 음악을 하려 했다”며 “40~60대분들도 저희 노래를 듣고 불러주실 때 굉장한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빅뱅은 사실 한국 가요계 생태계상 최고의 그룹으로 우뚝 선 2007년과 2008년을 빠져나오면 다른 그룹처럼 전성기가 지나갔어야 했다. 하지만 빅뱅은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의 새로운 생존법칙을 쓰며 약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거짓말,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 등의 노래가 빅뱅 스타일이라며 속단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무도 빅뱅을 하나의 음악스타일로 가두며 단정 짓지 않는다.
리더 지드래곤은 “지난 10년을 나름대로 알차고 빼곡하게 잘 쓴 것 같다.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문제를 잘 이겨내면서 많은 분들의 도움도 받았고 음악적으로도 성장하며 자연스레 우리도 어른스러워졌다”면서 “잠시잠깐 백지가 될 수는 있겠지만 다음 페이지를 어떻게 써나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저희의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드래곤의 이야기처럼 빅뱅은 지난 10년만큼이나 찬란한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빅뱅의 10년을 이미 두 눈으로 봐왔기 때문에 그들의 앞날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숙제를 ‘푸는’것이 아닌 미래를 활짝 ‘열어’나갈 빅뱅의 30대도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