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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무대에서 긍정의 힘으로 승리의 여신에 등극하다

양궁선수 장혜진 | 2016년 09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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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새로운 양궁여제를 탄생시켰다. 리우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첫 2관왕이 된 여자 양궁대표팀 맏언니 장혜진(29, LH)의 승리 원동력은 바로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이었다.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기보배를 꺾고 결승전에 진출한 장혜진은 지난 8월 1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독일의 리사 운루흐를 세트 스코어 6대2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어 7번째 신궁의 주인공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양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서향순이 금메달을 딴 이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만 제외하고 모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베이징올림픽은 한국선수가 활을 쏠 때 관중이 호루라기까지 불며 방해를 한 비정상적인 대회였다. 서향순에 이어 김수녕(1988년 서울)-조윤정(1992년 바르셀로나)-김경욱(1996년 애틀랜타)-윤미진(2000년 시드니)-박성현(2004년 아테네)-기보배(2012년 런던)가 금맥을 묵묵히 이어왔다. 그리고 이 위대한 계보에 당당히 장혜진의 이름이 올라간 것이다.
장혜진은 리우에서 늦깎이 양궁인생의 꽃을 그야말로 활짝 피웠다. 사실 이번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장혜진은 이번 대표 선발전에서 3위로 간신히 턱걸이하였고, 세계랭킹에서도 후배 1위인 최미선과 3위 기보배에 밀린 6위였다. 그나마 4년 전 4위로 런던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에서 아쉽게 탈락했다는 이력 정도만 이슈 됐을 뿐이었다.  
양궁, 그것도 여자양궁은 당연히 금메달을 따리라고 믿고 있었다. 믿음을 절대 배신하지 않는 올림픽 최고의 효자종목이기 때문. 하지만 그 주인공은 최미선 혹은 기보배일 줄 알았다. 최미선은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주목할 선수로 꼽은 현 양궁의 절대강자이자 슈퍼스타. 포브스는 “최미선은 개인전은 물론이거니와 단체전에서도 좋은 활약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을 정도. 또한 기보배 역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로서 풍부한 경험으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거론됐다. 
장혜진에 대한 코멘트와 기대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장혜진은 그럴수록 더욱 더 조용히 칼을 갈며 다소 늦었지만 드디어 허락된 자신의 첫 올림픽을 준비해왔고, 리우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만개하는데 성공했다. 장혜진은 그동안의 준비과정을 돌아보며 치열했던 국내 선발전을 통해 자신이 한 단계 도약했다고 떠올렸다. 당시 장혜진은 평가전 마지막 날까지 6위에 머물러 대표팀 승선이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고 신기의 10점 퍼레이드를 이어가며 대표팀에 선발되는 반전드라마를 이끌어냈다.
장혜진은 쉬지 않고 전진했다. 전무후무한 단체전 8연패를 위해 부담스럽다는 1번 사수도 마다하지 않았다. “단체전 8연패에 대한 부담을 주위에서 걱정했는데 사실 저희는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서로에게 많이 해주었어요. 우리가 한 만큼의 메달을 찾으러 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졌죠. 할 수 있다고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격려했어요. 그만큼 팀워크와 기록에 대한 확신도 있었죠” 장혜진을 필두로 한 한국여자양궁대표팀은 단체전에서 무난히 8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마음의 부담을 덜고 장혜진은 개인전까지 최선을 다해 임했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결과는 2관왕이었다.
장혜진은 네 자매 중 첫째다. 한 살 어린 여동생 장혜지도 고등학교 때까지 양궁을 했다고 한다. 장혜진은 대회 전 인터뷰에서 “동생이 ‘괜찮다’고 격려해줄 때 힘이 됩니다”라고 했다. 이어 “동생을 위해서라도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 내고 싶어요”라고 전했다. 이처럼 장혜진에게 가족의 존재는 그녀가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을 때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활을 놓지 않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장혜진은 늦게 빛을 봤다. 진정한 대기만성형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그녀는 스물일곱에 처음으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6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양궁연맹 3차 월드컵에서였다. 그때 장혜진은 이렇게 말을 했다. “비록 잘 안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좋은 결과는 언젠가는 반드시 따라올 거라 믿습니다” 
이렇듯 장혜진은 매사에 밝고 긍정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위기를 이겨내고 결국 올림픽 무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양궁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라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초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나섰던 게 사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다시 요동친다고. 그녀는 “사실 나이 때문에 다음 올림픽은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좋은 결과도 나왔고, 4년 후를 벌써부터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아 일단 팀 훈련에 집중하며 일 년 일 년 착실히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라며 “대표 선발전의 힘겨운 과정을 생각하면 포기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찾아오기도 하지만 이제는 순간을 즐기며 가볼 수 있는 데까지 가볼 생각입니다”고 남은 선수생활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장혜진의 별명은 ‘짱콩’이다. 158cm의 크지 않은 키 때문에 생긴 애칭인데, 작은 키는 그녀에게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다. 장혜진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장 큰 무대에서 승리의 여신이 되었다.  이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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